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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받는 부자들/박무 편집국 국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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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받는 부자들/박무 편집국 국차장(메아리)

입력
1998.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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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경제사회에서 이윤은 만유인력의 법칙과 같다. 사과가 떨어지는 평범한 자연현상의 이면에 인력의 법칙이 있는 것처럼 경제활동에 관련된 온갖 일상사의 이면에 이윤동기, 영리추구의 법칙이 작동하고 있다. 이익이 있는 곳에 사람과 돈이 몰리는 것은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 모이게 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누구나 이익을 좇아서 이기심 대로 충실하게 움직이기만 하면 이 세상은 저절로 조화를 이루어 능률적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것이 자유경제의 신념이고 원리다. 사람들보고 정의로워지라거나 도덕적이 되라거나 할 필요가 없으며 숭고한 사명을 띤 사람들이 나서서 「지도」를 할 필요도 없다. 이기심과 경쟁만 있으면 세상은 어떤 섭리에 의해 저절로 조화를 이루고 자동적으로 발전해 나가게 돼있다. 애덤 스미스가 얘기한 「예정조화」나 눈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저절로 다스려지는 「훌륭한 세계」는 이윤추구와 경쟁에 의해 작동되는 세상을 말하는 것이다.고전적인 자유방임주의나 야경국가론을 지금 시대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이기심과 경쟁을 축으로 하는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작동원리는 달라질 수가 없다. IMF체제가 보다 완전한 경쟁과 보다 철저한 경제활동의 자유를 요구하고 있고 우리 자신이 「계획」되고 「지도」받던 30년 압축성장기의 정부주도형 통제경제를 비판하면서 시장의 창달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고 있으니 만큼 이기심과 경쟁은 오히려 더 조장되고 장려돼야 할 것이다. 경제가 활발해지려면 강력한 이기심과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

시장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은 투명한 규칙을 정해 경쟁을 보장하고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기심을 북돋워 주는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부자들의 사치를 비난하고 부실경영의 책임을 묻는다며 재산을 몰수하고 기업가가 부도덕하다며 사법처리하는 것은 이기심을 억압하는 것이며 시장경제를 위축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정의로운 일이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이라 할지라도 경제회생에는 해로운 것이다.

냉정하게 원칙을 말한다면 돈 쓰는 것은 자유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모든 돈벌이와 합법적인 돈 쓰기에 대해서는 완벽한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돈 쓰는 자유가 없는 사회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가 아니다. 법에 어긋나는 돈은 다른 모든 위법행위와 마찬가지로 범법(犯法)으로 다스리면 그만이다. 돈 쓰는데 대한 도덕적 비난과 범법행위는 별개의 것이며 명백하게 구분돼야 한다.

사치하는 부자들과 호화생활을 하는 기업인들, 회사돈을 횡령하고 해외로 돈을 빼돌리고 도박과 방탕을 일삼는 일부 부자들은 비난을 받아야 하지만 모든 기업인들이 비난을 받아서는 안되며 그들의 범법행위는 단죄돼야 하지만 부자로서 돈을 많이 쓰는 행위 자체가 조사받고 처벌받아서는 안된다.

경제가 살아나려면 도덕이 바로 서야 한다. 그러나 그 도덕은 이기심과 경쟁을 억압하는 도덕이 아니다. 경제에 필요한 도덕은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제도와 환경의 도덕성이다. 정치가 깨끗하고 정부가 투명, 공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깨끗한 정치, 도덕적인 정부가 경제를 살리는 것이지 경제활동을 도덕적으로 해야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부실기업 퇴출과 부실경영에 대한 문책이 잇따르면서 기업을 매도하고 비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부자들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생겨나고 있는데 대해 정치권과 정부는 책임을 느껴야 한다. 정치인들은 기업인들에게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기 전에 그 자신부터 먼저 깨끗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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