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에 따른 아시아 각국의 구매력 감소가 끝내 미국의 무역적자폭을 기록적으로 확대시키면서 미국경제에 주름살을 주기 시작했다. 또한 미국내 경기과열에 따른 인플레 위험이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에 의해 제기됨으로써 월가를 중심으로 미국경제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나 경기과열 기미는 갑자기 튀어나온 문제가 아니지만 미국경제의 안정이 국제통화기금(IMF)위기탈출에 절대적인 힘이 될 시점에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미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5월 한달 미국의 무역적자폭은 157억달러로 4개월 연속 큰폭으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5월까지 누적적자는 649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가 늘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아시아국가들은 외환위기의 탈출구를 미국으로의 수출증대에서 찾고 있고, 또한 외환위기에 따른 구매력 감소로 대미수입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단기적으로 이같은 적자를 감수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경제가 전례없이 호황인데다 수입품 가격하락으로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제조업계는 국내판매 부진과 수출부진의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리게 되며, 이는 결국 관련업계의 불만을 불러 아시아 국가에 대한 보호무역과 통상압력의 요인이 될 것이다.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도 미국의 수출이 둔화할 경우 자유무역에 대한 미국내 회의론이 대두할 것을 염려하고 있다.
또하나 미국경제의 불안정 요인은 과열경기다. 미국경제는 91년이래 성장을 계속하면서도 인플레는 거의 무시될 정도이며, 실업률은 30년간의 최하수준인 4.3%이다. 이런 상황에서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최근 의회보고를 통해 인플레 위험을 경고하고,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을 시사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미국의 수출부진에 따른 성장둔화가 경기과열을 흡수하는 완충역할을 하고 있어 당장 미국중앙은행이 통화긴축정책을 쓸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린스펀의장은 과열정도가 아시아 위기에 따른 성장둔화보다 더 위력적이라는 소견을 피력하고 있어 언제든지 금리인상을 통한 긴축정책을 쓸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금리인상은 미국으로의 자본이동을 더욱 가속시켜 외자유치에 목을 걸고 있는 우리경제에는 그만큼 부담을 줄 것이다.
지금 월가에서는 미국주식이 고평가됐다는 우려가 높다. 주가의 큰폭 하락을 수반한 금융시장의 교란으로 미국이 불경기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을 때 대미수출을 최대한 늘리고, 국제금융시장의 경색에 대비해 적절한 외환관리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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