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에도 주문받느라 땀나요”엄동설한(嚴冬雪寒)에서도 동백꽃이 피어나듯, 국제통화기금(IMF) 시대라고 모든 제품이 안 팔리는 것은 아니다. 주머니사정이 예전같지 않은 소비자들이라도 정말로 필요한 제품앞에서는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은 경제의 기본법칙이다. 실제로 올들어 극심한 경기불황속에서도 일부 업체는 밀려드는 고객들의 주문을 메우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고객과 회사에게 모두 도움되는 효자상품을 소개한다.
◎SK텔레콤 ‘스피드011’/가입자 500만명/휴대폰 시장 독주
「스피드 011은 난공불락」
개인휴대통신(PCS)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011」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음성은 물론 데이터 동영상까지 제공하면서도 파격적으로 싼 요금을 내세워 초반 돌풍이 예상됐던 PCS는 서비스 개시 10개월째인 최근까지도 업체별로 100만명 가입자를 조금 넘어서는데 그치고 있다.
반면 「011」은 휴대폰 1,000만명 시대의 이용자 절반이상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압도적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스피드 011」은 올해 상반기에만 타사의 2, 3배가 넘는 87만6,000명의 신규가입자를 유치, 휴대폰시장의 최대 효자상품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5월에는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수립했고, 이에 힙입어 가입자수에서 세계 8위 휴대폰상품으로 뛰어올랐다.
히트제조기 「011」의 아성이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는 이유는 「PCS가 기존 휴대폰과 별 차이가 없다」는 소비자들 인식때문. 또 10년넘게 혼자 휴대폰사업을 한 덕에 이미 우량 고객 대부분을 흡수, PCS 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해지율이 높은 학생, 20, 30대 직장인고객을 유치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011」이 탄탄하게 시장기반을 다진 또다른 요인이다.
지속적인 요금인하로 PCS와의 요금격차를 크게 줄인 것도 주효했다. 특히 「스피드 011」은 96년초 미국방식 디지털휴대폰(CDMA)를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을 깜짝 놀라게 했었다.
미국에서조차 상용화연구가 한창 진행중일 때 「011」은 고객을 대상으로 상용서비스를 시작하는 한 발 앞선 무선기술을 선보인 것이다.
이 때문에 요즘 서울 보라매공원옆 SK텔레콤 운영센터에는 세계 각국에서 국산 CDMA운영실태를 견학하려는 방문단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011」의 또다른 장수비결은 국내 최대규모의 전국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
지리산 정상에서도, 전국 모든 지하철에서도 잘터지는 휴대폰이란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IMF사태이후 대부분의 업체들이 시설투자를 전면 중단 내지 대폭 축소했지만 SK텔레콤은 서비스 커버러지 확대를 위해 올해 무려 1조원의 시설투자를 진행중이다.
최근에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통화를 하는 차세대 휴대폰 「IMT2000」시연회에 성공, 휴대폰 선두기업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00년께 CDMA기술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화상휴대폰을 본격 제공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아남전자 ‘혁신TV’/29인치 부문서 ‘1위 기염’
3월 TV시장에서 조그만 「사건」이 일어났다.
아남전자가 TV시장의 대표품목이라고 할 수 있는 29인치 TV 부문에서 LG와 삼성이라는 거인들을 제치고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아남전자는 1개월에 그치지 않고 4, 5월에도 연속 판매량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같은 실적을 가능하게 한 상품이 「혁신」이었다.
「혁신」은 96년 7월 「29인치의 대중화」를 기치로 내걸고 탄생했다. 25인치 TV 판매가 주종을 이뤘고 29인치 TV값은 120만원대를 오가던 당시에 79만8,000원이라는 가격은 이름 그대로 혁신적인 것이었다.
아남전자 상품기획팀 관계자는 『자동채널선곡 스테레오 예약기능 등을 그대로 갖춘채 가격을 이만큼 낮추기 위해 1원단위까지 따져가며 부품가격의 거품을 뺐다』고 말했다. 실제 소비자들이 사용하는데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부품들은 싼 것으로 대체했다. PIP(Picture In Picture)처럼 소비자들로부터 별 호응을 얻지 못한 기능도 과감히 없앴다. 대신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화질과 음질은 최고가 제품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이렇게 해서 시장에 선보이게 된 「혁신CK 2910」은 월평균 7,000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보통 TV 신제품의 경우 월2,000대 가량 팔리면 성공작으로 평가되는데 비하면 엄청난 히트였다. 지난해 3월 와이드기능을 보강해 출시한 2세대 제품 「혁신 CK2915」는 출시 한달만에 1만2,000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혁신」 시리즈의 최신판은 지난해 10월에 탄생한 3세대 「혁신 CK2926W」. 「혁신 CK2926W」는 완전평면 브라운관과 일반 브라운관의 중간정도 평면성을 갖춘 평면사각 브라운관을 채용, 가격을 낮췄다. 그러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에 캡션기능까지 갖춰 소비자의 눈길을 꽉 잡았다. IMF 한파로 소비가 잔뜩 위축된 상황에서도 4월 한달간 9,313대가 팔릴 정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남은 이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달 미국 글로벌 커넥섹사와 계약을 맺어 내년부터는 「베스트 바이」 등 미국의 대형전자 유통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혁신」이 안팎에서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혁신TV를 개발한 연구실 직원들은 진급연한이 채 안찼는데도 승진하는 보상을 받았다.
◎삼성 ‘문단속냉장고 따로따로’/독립냉각 채용 ‘인기몰이’
「IMF형 냉장고를 장만하세요」
삼성전자의 「삼성문단속 냉장고 따로따로」는 IMF 시대에 가계부담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가격을 낮게 책정한 냉장고로 신혼부부와 알뜰주부에게 인기를 끌고있다.
이 제품(모델명:SR504B)은 소비자가격이 89만8,000원으로 500리터급 대형 냉장고 가운데 가격이 가장 싸다. 환율인상 등으로 제품가격 인상요인이 있지만 기존제품보다 더 싸게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성능의 변화없이 싼 가격대의 제품을 시판할 수 있었던 것은 기본기능에 충실한 제품기획과 제품표준화에 의한 개발비용을 줄였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냉동 및 냉장실을 따로따로 냉각하는 독립냉각 방식을 채용하고 있고, 에너지 소비효율도 1등급을 받은 초절전형인 점이 강점이다. 이와 함께 냉장고안에서 균일온도를 유지하고 이중회전날개가 장착돼 냉기단속과 급속냉각이 가능하다. 듀얼핸드와 레일식 고급야채실를 설치해 품격높은 주방문화를 선도하고, 환경규제를 받는 프레온가스 대신 환경친화형인 NONCFC냉매를 채용했다.
삼성전자가 대형 냉장고의 가격을 내린 것을 계기로 LG전자 대우전자 등도 가격를 잇따라 내려 가격인하 선도기능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00리터급 대형 냉장고는 가전시장의 침체속에서도 시장점유율과 매출비중이 절반이상으로 확대되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97년 49%에서 올들어 6월말 현재 55%로, 매출액 비중은 97년의 50%에서 상반기까지 59%로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따로따로 냉장고가 전반적인 내수위축속에서도 선전하는 것은 소비자의 구매특성에 맞춰 이원화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가치와 기능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겐 엠보 지펠 등 고가제품을, 가격을 중시하는 고객에겐 따로따로 냉장고 등 IMF형 모델을 각각 내놓았기 때문이다.
대리점의 유통력 보강을 위해 매장 진열을 지원하고, 배달부담을 줄이는데 주력했다. 유통경로도 기존 대리점외에 할인점 전문유통점 사이버유통거래 등으로 다원화한 것도 주효했다.
◎LG정보통신 ‘싸이언’
「싸이언」휴대폰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싸이언이란 LG정보통신이 그동안 사용하던 「프리웨이」란 휴대폰단말기 모델명을 대체, 올해부터 사용중인 새로운 브랜드 이름. 올 상반기에만 전년동기 대비 무려 200% 늘어난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셀룰러폰 57만대, PCS폰 90만대 등 총 147만대가 팔려나가는 빅히트를 기록했다. 시장점유율도 30%대를 넘어섰다.
삼성전자 애니콜 독주체제였던 휴대폰 단말기시장은 싸이언의 등장으로 이제 「2강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판매량에서는 아직 애니콜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불과 2, 3년전 시장점유율 10%대를 밑돌던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전이다.
이 때문에 싸이언은 LG정보통신은 물론 LG그룹내 최대 효자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6월말까지 6,500억원어치가 팔린데 힙입어 LG정보통신의 올 상반기매출은 97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어난 1조1,800억원을 기록했다. IMF 이후 유·무선통신 이용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만 싸이언휴대폰은 연일 「홈런」을 치며 LG정보통신의 젖줄역할을 하고 있다.
싸이언열풍의 배경은 예전의 투박했던 「프리웨이」제품에 비할 수 없는 세련된 디자인과 향상된 성능 때문. 또다른 강점은 불룩했던 배터리의 두께를 12㎜로 대폭 줄이면서 손에 쏙 들어오는 초소형으로 개발된 점이다.
초슬림형의 「싸이언디지털」은 배터리 하나로 3박4일간 사용가능한 용량을 확보, 매일 매일 배터리를 충전해야했던 불편을 일시에 해소했다.
말로 전화를 거는 음성다이얼링 기능에서부터 한글문자메시지 기능, 전자계산기 기능, 통화중 전화번호저장 기능 등 매우 편리한 부가기능도 싸이언 인기몰이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또 스톤블랙 등 감각적인 색상도 젊은 층에 크게 어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수 박진영을 모델로 한 파격적인 광고공세와 판촉전도 싸이언에 대한 인지도를 높였다.
싸이언은 해외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미국 GTE, 홍콩 허치슨, 페루 텔레포니카 등에 6,000만달러 상당을 이미 수출했고 에어터치 등 수개 업체에 납품을 위한 성능테스트를 진행중이다. 내수시장에서의 히트상품에서 점차 수출효자상품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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