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간첩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더라도 실제 간첩활동을 용이하게 할 의사나 행위가 없었다면 간첩방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창구·李昌求 부장판사)는 23일 36년간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된 서울대 명예교수 고영복(高永復·79) 피고인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간첩방조죄를 인정한 원심을 무죄취지로 파기하고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죄만 인정,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고피고인이 북한공작원들에게 전달한 국내정세자료 등이 이미 언론매체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간첩죄(국가기밀누설)에 대해서도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간첩방조죄가 성립하려면 간첩이 간첩행위에 착수하고 이를 용이하게 하는 방조행위가 있어야 한다』며 『고피고인은 다만 남파간첩 김낙효에게 은신처만 제공하고 김낙효도 실제로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파기이유를 밝혔다.
고피고인은 61년 9월 재북 삼촌의 소식을 전하며 접근한 남파간첩에게 포섭된 뒤 지난해까지 북한 공작원 6명과 수차례 접촉, 은신처를 제공하고 국내정세를 보고해온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박일근 기자>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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