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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대량해고 자제할 때다/蔡秀燦 미 라이스대 교수(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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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대량해고 자제할 때다/蔡秀燦 미 라이스대 교수(한국시론)

입력
1998.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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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자체는 필요하나 한꺼번에 대량실업 발생땐 소비급감 경제악영향 초래”큰 그룹들이 정리해고를 자제해야 한다는 김우중(金宇中) 전국경제인연합회 차기회장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요란하다. 필자는 김회장의 말에 공감한다. 우리 경제가 대량 실업과 생산 감축의 악순환에 빠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경영을 잘하기 위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정리해고제 자체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큰 그룹들의 대량해고가 바람직한 것이냐하는 이슈는 전혀 다른 문제다. 그것은 마치 이혼이라는 제도가 필요한가라는 물음과 지금이 이혼할 때인가 하는 물음이 별개의 문제인 것과 같은 이치다.

흔히들 구조조정을 위해 실업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비효율적인 부문에서 효율적인 부문으로 노동력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실업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대량실업에는 구조조정의 영향보다는 경기 침체의 영향이 더 크다. 거시경제학의 용어를 쓰자면 구조적 실업(Structural unemployment)보다 경기변동적 실업(Cyclical unemployment)이 더 많다. 구조적 실업은 필요악이지만 경기변동적 실업은 적을수록 좋다.

작금의 경기침체는 기업의 생산물에 대한 수요 부족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투자를 줄였기 때문이다. 이런 때 대량 실업이 일어나면 소비가 더욱 줄어 경기침체는 더 심해진다. 거꾸로 대량 실업을 억제하면 소비감소와 투자감소의 악순환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다.

모든 기업이 다 한꺼번에 정리해고를 하면 경기가 더 나빠지기 때문에 모두 손해다. 이런 때 기업들이 서로 정리해고를 자제할 수 있다면 모두에게 이익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으로서는 다른 기업이야 어떻게 하든지 자신은 이윤을 높이기 위해서 또는 생존하기 위해서 정리해고를 하려는 것이 당연하다.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죄수의 고민(Prisoner’s Dilemma)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 게임에서는 두 사람이 모두 범죄를 자백하면 둘다 자백하지 않는 경우보다 더 오래 감옥살이를 해야한다. 하지만 각자의 이기적인 입장에서보면 다른 사람이야 어떻게 하든지 본인은 자백하는게 유리하다.

작은 기업들은 정리해고를 자제할 인센티브가 없다. 그러나 큰 그룹들은 입장이 다르다. 이들은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자기들 하기에 따라 공생할 수도 공멸할 수도 있다.

요점은 큰 그룹들의 모임인 전경련의 대표가 정리해고 자제를 촉구한 것은 경제학적으로 말이 된다(make sense)는 것이다. 큰 그룹들이 정리해고를 자제하는 것은 국민경제 전체의 입장에서 바람직하거니와 자신들의 이해에도 합치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구조조정을 하지 말자는 것인가? 아니다. 서두르지 말고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근로자가 효율이 50인 기업에서 효율이 90인 기업으로 옮기는 것은 구조조정이라 할 수 있지만 효율이 50인 기업에서 효율이 제로인 실업 상태로 가는 것은 구조조정이라 할 수 없다. 물론 50에서 잠시 제로로 갔다가 90으로 가는 거라면 좋지만 효율 제로인 실업 상태에 오래 머문다면 결과적으로 비효율이 더 커진다.

다수의 기업들이 한꺼번에 큰 폭의 정리해고를 하면 대량 실업이 발생하여 경제 전반에 걸쳐 비효율적인 상태가 오래 계속될 것이다. 큰 그룹들의 대량 해고는 이 시점에서 가급적 자제하는게 바람직하며, 하더라도 한꺼번에 하지 말고 기업별로 시차를 두고 하는 게 좋겠다.<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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