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회장 발언에 “개인의견… 비현실적”/일부서 잇단 반대입장 재계총수들이 정리해고 등 산적한 경제현안을 놓고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김우중(金宇中) 전경련회장대행의 대기업 정리해고 자제요청을 계기로 급속히 표출된 재벌총수들간 난기류는 고용조정 빅딜(사업 맞교환) 슈퍼은행설립 등에서도 미묘한 의견충돌과 신경전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총수들의 의견충돌이 첨예하게 맞선 현안은 정리해고 문제. 새정부들어 재계리더로 부상한 김우중 회장은 19일 전경련 제주도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대기업들이 고용안정을 위해 정리해고를 최대한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정세영(鄭世永) 명예회장은 20일 『그건 김회장의 개인생각일 뿐이다. 내생각은 다르다』며 『정리해고는 구조조정과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선 필요하다』며 맞받아쳤다.
김회장은 정명예회장이 강한 톤으로 자신의 발언을 비판하자 다시금 정리해고 자제방침은 5대 그룹 회장들이 동의한 것이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회장단간의 합의사항이기도 하다며 공박했다.
대우 관계자는 이같은 분위기와 관련, 『김회장이 재계총수로서 근로자들의 목을 자르는 정리해고를 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며 『재계총수들이 김회장을 재계총수로 옹립했으면 가능한 한 목소리로 도와주진 못할 망정 밑에서 흔드는 것은 모양이 좋지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전경련 관계자도 『IMF 경제위기로 그룹마다 사정이 워낙 급하다보니 총수들이 경제계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기 보다는 각자의 입장을 밝히는데 급급하여 돌출적인 발언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장단이 경제현안에 대해 이견을 조정하고, 활발히 토론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정리해고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전경련의 입장과 조율해서 절제되고 신중하게 발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회장이 주창한 민간주도의 슈퍼은행의 설립문제를 둘러싸고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김회장은 은행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선진금융기법을 빨리 배우기 위해 50대 우량기업과 외국은행이 50대 50으로 출자하는 합작은행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며 회장들의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일부그룹 총수들은 『취지는 좋지만 현재와 같은 금융위기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빅딜도 회장단이 자율추진키로 합의해 놓고선 일부총수들이 이에 반발하며 시간벌기에 나서는 것도 재벌구조조정을 의심케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또 재계원로들이 김회장의 재계 리더십에 대해 미묘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재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과거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 등이 회장단회의를 주재할 때 김회장이 거의 불참했을 정도로 창업세대간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며 『재계 원로들의 이같이 인식이 여전이 바뀌지 않고 있는 것같다』고 분석했다.<이의춘 기자>이의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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