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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뜨거운 승리 논쟁/홍희곤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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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뜨거운 승리 논쟁/홍희곤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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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여당지역이었던 곳에서 3석을 뺏었으니 전체적으로 승리했다고 볼 수 있다』(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 사무총장)『불법·탈법선거운동과 공포분위기속에서도, 4개지역에서 우리당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사실상 승리했다』(한나라당 김철·金哲 대변인)

7·21 재·보선 결과를 둘러싼 여야의 엇갈린 주장이다. 각당이 죽기살기로 맞붙은 선거였으니, 서로 이겼다고 우겨야 반분이나 풀릴 법도 하다. 『국민의 뜻을 진지하게 수용하며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자기반성형 후렴구도 있으나, 입에 발린 소리임은 누구라도 안다.

가려 듣다 보면 바른 말도 있긴 하다. 한나라당은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여당의 불법·탈법선거를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했고, 국민회의는 『선거기간에 난무한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을 법의 테두리내에서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 제발 그래야 한다.

하지만 40%에 불과했던 최악의 투표율이 던진 「무언의 메시지」를 곱씹는 진지한 성찰은 어디에도 없다. 국회를 식물상태로 마냥 방치한채 의석 1∼2석에 목숨건 사람들처럼 우르르 몰려나가 서로 물고 뜯는 「그들만의 싸움」에 식상한 유권자들을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선거후라도 최소한 겸연쩍어 하는 모습은 보이는게 도리다.

물론 정당의 힘이 의석에서 나오는 것을 모르는바 아니다. 또 정계개편이 화두인 요즘의 정치권에서 의석 1개가 갖는 전술적 의미는 더욱 커진다. 그러나 승패를 아전인수식으로 강변하는 것보다 더욱 큰 것은 기권으로 혹은 표로 정치권의 낡은 행태에 「퇴출경고」를 내린 유권자들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당연히 그 첫 수순은 먼지 뒤집어쓴 채 빛 볼날만 기다리는 270여개의 민생법안을 화급히 처리할 국회를 여는 일이다. 「작은 의석」을 찾다가 「큰 민심」을 잃는다면, 그것처럼 밑지는 정치장사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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