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스에 벽을 쌓아 사색의 공간으로사방을 둘러봐도 집뿐인 서울에서 테라스는 중요한 공간이다. 그러나 다른 집에서 들여다 보여 나만의 아늑한 공간으로 삼기에는 불편하다.
건축가 김원(金洹·56·(주)광장 대표)씨는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택의 2층 테라스를 방과 마당의 중간형태로 바꾸었다. 원래 두 곳만 벽이 있던 5평 크기의 테라스를 나머지 두 곳도 벽으로 막아버렸다. 한 쪽 벽 너머에는 서재를 꾸몄고 다른 쪽 벽에 난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면 1층 마당에 닿는다. 천장은 뚫린채 그대로 두어 하늘을 볼 수 있게 했다. 바닥에는 검은 색 자갈을 깔아 맨발로 걷는 재미를 곁들였다.
김씨는 『사색할 수 있는 장소가 점차 줄어드는 환경에서 이 장소는 명상을 도와주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말한다. 82년 수리한 이래 생각할 것이 있거나 혼자 있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용하고 있다. 벽을 흰색과 짙은 갈색으로 단순하게 처리해 편안한 분위기다.
김씨는 이 곳에서 북서쪽 담장 위로 보이는 인왕산 정상의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 벽으로 인왕산 전경을 막아 오히려 답답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김씨는 『인왕산같은 명산을 너무 많이 감상하면 재미가 없다』고 답한다. 인왕산 정상을 보며 산 중턱을 상상하게 하는 여백의 미(美)도 있다고 한다. 시공은 테라스에 벽돌을 쌓아올려 도색한 것이 전부다.<선년규 기자>선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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