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중반 비트 제너레이션이라는 문학사조가 미국을 풍미했다. 「패배한 세대」라는 의미의 이 사조는 전후(戰後)의 황폐함속에 무정부주의적·반항적 색채를 진하게 풍겼다. 그 기수였던 잭 게루악의 소설 「노상(路上)에서」는 현대사회와 기존 가치관에서 멀리 떨어져 나온, 자유롭고 보헤미안적인 젊은이들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렇게 외친다. 『섹스 이상의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화 있을진저!』■얼마전 우리 삼국시대의 젊은이들도 축제 때에는 성적 관계를 맺을 기회가 주어졌다는 이색적인 연구논문이 발표되었다. 강봉룡 목포대 교수에 따르면 그들의 혼전 섹스는 사회적으로 관대하게 받아들여졌는데, 그 배경에는 다산(多産)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깔려 있었다. 근래 우리 사회도 빠르게 개방되면서 성을 더 이상 사회적으로 억압하지 않고 인간의 자연스런 욕구로 이해하려는 진보적 경향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주 「등급외 영화전용관」 설립 등을 골자로 하는 영상관계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도 그 중 하나다. 이 법이 통과할 경우 영화를 통한 성 표현과 관람이 자유스러워진다. 하지만 18세 이상만 볼 수 있는 등급외 영화라 하더라도 사실상 포르노 영화의 허용이라고 반대하는 소리도 만만찮다. 청소년의 성인영화관 출입금지가 잘 지켜질 것인가 하는 점도 우려된다. 영화관은 입구만 잘 단속하면 되지만, 이 보다 심각한 문제가 있다.
■중고생들이 음란물이 범람하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서울YMCA가 최근 1,09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성인용 비디오를 본 적이 있는 남고생이 51.6%, 여고생 29.5%였다. 또 남중생 37.6%, 여중생도 24.4%에 이른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성인용 CD롬(남고생 21.7%, 여고생 3.6%, 남중생 16.9%, 여중생 5.0%)과 텔레폰팅, 700음성정보 등 어른들은 잘 모르는 신종 음란물에 쉽게 접하고 있다. 청소년문제에 뚫린 구멍이 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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