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행상·좌판 밤엔 포장마차村/대부분 실직가장·주부 ‘생계형’ 당국 단속 곤혹/주택가 실랑이도… 1톤 트럭·리어카 재고 ‘바닥’서울 등 대도시의 거리마다 포장마차와 노점상들로 넘쳐나고 있다. 대량실업사태가 본격화하면서 실직가장과 취업전선에 뛰어든 주부 등이 비교적 「개업」이 손쉬운 노점상으로 몰리는 바람에 도로변과 공터, 골목마다 포장마차 등이 줄줄이 늘어서 도심의 밤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역입구 공터에는 이달초부터 20여개 노점상이 모인 포장마차촌이 새로 형성돼 밤마다 요란한 음악소리와 함께 불야성을 이룬다.
서울 종로구 종각에서 종로3, 4가 구간과 남대문 동대문 을지로 등 도심은 요즘 그야말로 「노점상 박람회」를 방불케 할 정도다. 오후2시께부터 손수레부대가 몰려들기 시작해 저녁 때가 되면 인도를 거의 점령, 보행이 어려울 정도다. 종로구 계동 현대그룹 본사사옥 앞 길에도 노점상 10여 곳이 늘어서 직원들 사이에 「현대·계동시장」으로 불린다.
또 서울 강남구 지하철2호선 역삼역 일대와 테헤란로변의 주차장들도 밤이면 대규모 포장마차촌으로 바뀐다. 이 곳에서는 포장마차 주인들이 아예 유료주차장 업주나 자동차정비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영업을 하고 있다.
주요 간선도로변뿐이 아니다. 아파트단지 입구나 주택가에도 빈터만 나면 포장마차나 노점이 들어서 경비원이나 주민들과 매일 실랑이가 벌어진다.
전국노점상연합회가 추정하는 서울시내 노점상 수는 4,000여 곳. 올들어 1,000여 곳 이상이 늘어났다. 이 숫자도 주요 간선도로변이나 노점 밀집지역만을 대상으로 추정한 것이어서 주택가까지 합치면 2배 이상은 되리라는 것이 연합회측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1톤 소형트럭과 리어카 등은 재고가 없을 정도로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들어 새로 영업을 시작한 포장마차 등의 주인은 대개 IMF한파로 직장을 잃고 거리에 나선 전직 샐러리맨이나 부부 등 「초보자」들이다. 그러나 워낙 「경쟁자」가 많은데다 주 고객인 직장인들의 주머니마저 얇아져 이전같은 벌이는 기대하기 힘들고 시원치 않다는 것이 이들의 말이다.
영등포에서 포장마차를 시작한지 한달 됐다는 김모(38)씨 부부는 『다니던 회사가 부도난 뒤 큰 밑천 안들이고 밥벌이는 될 것 같아 450만원의 빚을 얻어 포장마차를 시작했다』며 『그러나 새벽4시까지 일해야 고작 7만∼8만원정도 매상을 올릴 뿐』이라고 한숨지었다. 더구나 기존 업자들의 텃세나 주변 폭력배들에게 시달림을 견디다못해 한 두달만에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포장마차와 노점의 급증으로 단속을 맡고있는 행정관청들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노점행위가 현행법상 엄연히 불법임을 알고있지만 대부분이 절박한 「생계형」이라 무작정 단속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김호섭·유병률 기자>김호섭·유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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