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개칩 한개로 통합/내년 6월께 시험생산/PC 저가화 앞장『컴퓨터가 내장돼 있습니다』(PC INSIDE) 컴퓨터의 두뇌,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인텔사와 경쟁에 나선 내셔널 반도체(NSC)의 캐치 프레이즈. 컴퓨터 광고에 거의 빠지지 않는 「INTEL INSIDE」(인텔 인사이드)를 빗댄 것이다.
『컴퓨터 이용자들은 그동안 386에서 486, 그리고 펜티엄 프로까지 새로운 CPU가 나올 때 마다 이를 장만하는데 급급했습니다. 컴퓨터 회사들에 끌려 다닌 셈이죠』. 브라이언 할라 NSC회장은 『일반인들은 초고속, 고가 CPU가 장착된 컴퓨터를 대개 인터넷접속이나 게임 등에 활용하고 있다』며 『현재의 펜티엄 프로급이면 충분한 만큼 앞으로의 컴퓨터는 각종 정보에 접근하는 보조수단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에서 저가형 PC가 전체 PC판매량의 30%에 이른 것도 컴퓨터시장이 업계위주에서 소비자위주로 재편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NSC의 1차 전략은 PC의 저가화다. PC가격이 내려가면 CPU 등 칩 업계나 컴 퓨터 메이커들의 수익이 낮아지지만 PC보급률이 높아져 전체 시장규모는 커진다는 게 NSC의 판단이다. NSC는 이를 위해 2년전부터 수십개의 컴퓨터 칩을 한개로 통합하는 원칩(ONECHIP) 기술개발을 추진, 내년 6월께 시험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원칩의 성능은 최신형인 펜티엄Ⅱ수준. 그러나 이를 장착한 컴퓨터 가격은 크게 내려갈 수 밖에 없다. NSC는 원칩이 출시되면 PC가 자동차 계기판뒤나 TV 오디오 휴대폰 등에 손쉽게 장착돼 PC의 개념자체가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원칩 기술개발은 쉽지 않다. CPU나 모뎀, 그랙픽·사운드 카드 등 컴퓨터관련 칩들이 많은데다 각각 아날로그형과 디지털형으로 대별돼 이들 기술을 모두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할라회장은 『설사 인텔사가 기술개발에 나선다고 해도 우리를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NSC는 지난해 자회사 페어차일드반도체를 매각하는 대신 인텔 호환칩 제작으로 저가형 PC 시장을 열었던 사이릭스, 데스크 톱 컴퓨터에 멀티미디어 비디오를 지원하는 MPEG 기술의 선구공급업체 미디어매틱스를 각각 인수했다. 이로써 팩스 휴대폰 PC와 주변장치 LAN 등의 중요 칩 등을 생산,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NSC로서는 원칩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모두 확보하게 됐다.
미셸 베레지크 마케팅담당 부회장은 『원칩이 개발되면 인텔 등 CPU 칩 제작사보다 컴퓨터 메이커들의 「브랜드」가 부각될 것』이라며 『NSC는 「NSC INSIDE」 표기를 강요하거나 직접 컴퓨터 제작에 나서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메이커들에게 자신의 원칩을 많이 판매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 PC보급률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NSC는 지난해 매출 25억달러로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중 하나다. 미국과 스코틀랜드에 반도체 웨이퍼 생산공장, 말레이시아 말라카와 싱가포르에 테스트 및 조립공장을 각각 두고 있다. 직원은 1만3,700여명. 87년 설립한 한국 사무소를 최근 NSC 코리아(주)(대표 이재부·李在富) 로 확장했고, 삼성 현대 대우 LG 등에 통신기기 등의 핵심칩을 공급하고 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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