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들 “재판장役 싫어요”/양인목 중장 힘들게 선임국방부는 23일부터 시작되는 박현진(朴賢鎭·52) 중장의 보통군법회의 재판장으로 건군50주년기념사업단장 양인목(楊寅穆·55) 중장을 선임했다고 20일 밝혔다. 국방부는 박중장이 부대운영비 등 1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4일 구속된 이후 재판장 선임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해왔다.
박중장은 국방부 정보본부장직에서는 해임됐으나 현역신분이어서 양쪽 어깨에 별 3개를 단 정복을 입고 법정에 선다. 군사법원법은 「보통군사법원 재판부의 재판장 계급은 피고인과 동급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 최소한 중장이나 대장이 재판장을 맡아야 한다. 그러나 이들 고위장성 누구도 선뜻 「악역」을 맡지않으려 했던 것.
국방부 법무관계자는 『육사24기 동기에게 부탁하기는 처음부터 인정상 어려웠다』며 『선임중장 대부분은 군단장으로 자리를 비우기 힘들고, 그렇다고 군최고위직인 대장을 재판정에 내보낼 수도 없었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결국 국방부가 「도움」을 요청한 장군이 양중장. 마침 군단장을 마치고 국방부에 근무중인 양중장은 육사22기로 박중장의 선배인데다 지금까지 업무상 관련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 고려됐다. 그러나 양중장도 요청을 받고 한동안 난감해하다 더이상 대안이 없다는 설득에 「할 수 없이」재판장을 수락했다.
한편 지금까지 12·12군사반란과 각종 비리사건에 연루된 3성장군이상은 여럿이었으나 모두 민간인으로 재판을 받았다. 신군부에 의해 79년 12월12일 연행된 정승화(鄭昇和) 육군참모총장도 이튿날 예편돼 이듬해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는 민간인신분으로 재판정에 섰다.<정덕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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