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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낮아지면 뭐합니까…돈 좀 돌게 해주세요”/‘대출경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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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낮아지면 뭐합니까…돈 좀 돌게 해주세요”/‘대출경색’경보

입력
1998.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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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출지시 공염불/은행들 되레 여신회수/재벌만 시중자금 독식/기업들 집단질식 위기금융시스템 마비에 따른 대출경색현상이 위험수위에 도달하면서 기업들이 집단 질식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각 은행에 연일 기업대출재개를 지시하고, 한국은행도 통화량공급 확대방침을 천명하고 있지만 그 순간에도 돈은 여전히 돌지 않고 기업여신은 되레 속속 회수되고 있다.

재벌들이 시중자금을 독식하는 상황에서 대출경색의 희생은 중소기업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어 막힌 돈의 흐름을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구조조정의 취지마저 퇴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부와 은행은 말로만 「중소기업지원」 「통화공급확대」를 외칠 것이 아니라 돈이 제대로 돌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최우선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약 16조원 늘어났던 은행권 대출은 올 상반기엔 극심한 신용경색으로 증가는 커녕 2,892억원 가량 순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들은 상반기 결산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6월 한달동안에만 6조6,000억원의 기업여신을 회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같은 기간에 재벌기업들은 회사채·기업어음(CP)순발행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조원이상 많은 25조원대의 자금을 확보, 신용경색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자금분배의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속에서도 정부와 한국은행, 은행은 「핑퐁식 네탓공방」만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은행의 대출취급상황을 일일점검까지하고 있지만 은행권은 BIS비율에 매달려 「계수늘리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여기에 한은은 『돈을 아무리 풀어도 은행들이 대출을 하지 않는 바람에 돈이 돌지 않고 되돌아온다』며 지금상황에서 통화당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는 입장만 견지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9월까지 마무리짓고 10월부터 본격적인 기업회생전략을 편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 그러나 지금같은 정황과 당사자들의 접근자세라면 10월이후 신용경색타개를 기대하기 어렵고 그 이전에 경제기반이 붕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무리 금리가 한자릿수로 떨어진다해도 대출창구가 막힌 상태에선 「죽은 금리」일 뿐이다.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대출은 계속되고 돈은 제대로 돌게 하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게 공통된 지적이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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