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세계는 기업전쟁의 시대다. 국경을 초월한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위해 이제 기업은 「국적(國籍)」을 벗어던진 지 오래다. 더 싼 값에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려는 경쟁은 물론이고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은 마치 살아숨쉬는 세포처럼 커지고 또 분열한다.건국 이후 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의 경제상황도 예외일 수 없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앞다투어 외국의 투자자들을 찾아나서고 있다.얼마 전부터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가 된 대기업간의 빅딜도 결국 M&A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M&A의 천국」이라는 미국 시장에서도 무서운 존재가 있다. 바로 독점여부를 감시하는 법무부와 연방상업위원회(FTC)다. 아무리 자유시장경제 원리가 보장되어있다 해도 M&A의 결과가 시장의 공정경쟁을 해친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가혹한 벌이 뒤따른다. 세계적인 방위산업체인 노드롭사와 록히드 마틴사가 합병을 취소키로 한 것도 바로 FTC의 견제 때문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경쟁법은 그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한계가 비단 미국의 국경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기업과 외국 기업, 나아가 외국 기업끼리의 M&A도 법무부와 FTC의 독점감시 관할권에 속한다. 특히 미국 시장에 상품을 파는 기업의 M&A는 미 경쟁당국에 사전보고서를 제출, 승인을 받아야 하는 규정도 있다. 97년 독일의 피스톤 제조업체가 브라질의 기업과 합병하면서 사전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서 1차로 500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된 적이 있다.
때문에 우리 정부도 대기업의 빅딜을 강하게 추진하는만큼 눈앞에 도사리고 있는 함정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알려진 바대로 자동차 반도체 등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품목이 빅딜의 대상이라면 미국의 경쟁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 이미 미국의 경쟁당국은 한국 대기업의 빅딜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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