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부안기부 ‘채널마찰’ 문제점외교관 추방사태로까지 번졌던 한국과 러시아간의 외교마찰이 러시아 주재 우리측 정보담당 외교관 5명의 추가 철수조치로 일단 해소되게 됐다.
정부당국자는 20일 『양국 정보기관간의 막후접촉을 통해 양국주재 정보담당외교관을 같은 규모로 하자는 러시아측의 요구를 수용, 이르면 이번 주말께 주러 정보담당 외교관 5명을 자진철수시킬 예정』 이라며 『이로써 한·러간의 외교마찰은 사실상 수습국면에 들어선 셈』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26일부터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되는 아세안지역 안보포럼(ARF)기간에 열릴 예정인 양국 외무장관회담에서 최종 마무리가 지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수습책이 나오기까지 양측의 물밑 접촉은 난항을 거듭했다. 지난 8일 우리정부가 러시아측의 조성우(趙成禹) 참사관 추방조치에 대한 대응조치로 올레그 아브람킨 참사관을 추방한 것을 마지막으로 외교마찰이 수습돼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러시아측이 공식·비공식 채널을 모두 동원해 추가 보복조치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강력히 반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측이 조참사관은 러시아 고위외교관리를 매수해 「민감한 정보」를 입수하려한 「현행범」으로 아브람킨참사관과는 사건의 성격이 다르다며 아브람킨의 재근무 또는 한시적 재입국을 요구, 우리 정부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안기부는 한시적 재입국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외교통상부가 「외교관례상 선례가 없다」며 반발, 다시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에 러시아측은 양국 정보담당 공관원 숫자의 형평원칙을 내세워 주러 정보요원의 추가철수를 요구해 왔다. 한·러 양국은 90년 수교이후 93년 정보기관간 협약에 따라 한국은 러시아에 8명(모스크바 5명, 블라디보스토크 3명), 러시아는 한국에 3명의 정보요원을 외교관 신분으로 주재시켜 왔고 조참사관과 아브람킨 참사관이 추방돼 현재 각각 7명과 2명을 둔 상태였다. 그런데 러시아측이 이를 문제삼은 것.
이에따라 우리정부는 상대적으로 더 많이 주재중인 5명의 정보요원을 자진 철수시키기로 러시아측에 지난주말 통보했고 이로써 물밑교섭이 극적으로 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측도 우리 정보담당 공관원 5명을 공개적으로 「비우호적 인물」로 규정하지 않고 조용히 내보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한·러간의 외교 갈등은 일단 해소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한·러 협상과정에서 정부의 공식 대외교섭 채널인 외교통상부와 정보기관간에 여러가지 불협화음이 노출된 것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당초 외교통상부는 아브람킨의 맞추방에 반대했었으나 안기부의 강경대응방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맞추방시켰었다』며 『결과적으로 우리는 1명의 러시아 정보요원을 추방시킨데 비해 러시아측은 6명을 추방시킨 셈이어서 우리측의 손실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당국자는 『이번사태를 계기로 해외공관에서 활동중인 정보요원과 공관책임자와의 지휘계통 및 업무협력 관계가 재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윤승용 기자>윤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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