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과정 실업사태/개별기업에 책임전가땐 부실만 확산 문제 되레 악화은행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이번 은행 구조조정에서는 합병이나 청산보다는 자산부채인수(P&A) 방식을 택하였다. 이유는, 이 방법이 퇴출은행의 우량자산과 부채만 인수하고 직원 가운데 필요한 만큼만 선택적으로 고용할 수 있어, 인수로 인한 동반부실화를 막을 수 있고 또 신속한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리적으로는 이번 5개 은행의 퇴출과정에서 인수은행이 퇴출은행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전혀 없다. 하지만, 예상한대로 인수작업에 들어가자 퇴출은행의 직원들이 고용불안으로 「조직적인 저항」에 나섰다.
실로 우리의 외환및 금융시장의 위기는 실물경제의 위기로 닥쳐왔고, 이것이 이제 노동시장의 위기와 더불어 실업및 고용불안을 초래하여 사회적 위기로 치닫고 있다.
우리의 당면한 경제적 난국을 풀어가기 위해서 기업구조조정을 피할 수는 없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위기를 모면하기위해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인수·합병·매각등을 시도하게 된다면, 성공적인 구조조정과 외자도입은 기대할 수 없는 바이다. 만약 고용승계의무가 부여된다면 P&A와 M&A 시장은 건전하게 형성되지 못하게 되고, 이는 결국 청산에 의한 해고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경험이 잘 말해주고 있다.
독일이 통일되고 난 후의 동독의 고용창출과 기업활성화를 위한 M&A시장 구축 노력의 사례는 우리에게 좋은 시사점을 준다. 당시 동독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을 1마르크씩 아주 헐값에 공짜로 준다해도 서방 기업가들은 인수를 꺼렸다. 주된 원인은 부실자산이나 부채가 많아서가 아니라 기업 인수시 고용승계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파악한 정부는 노조와 합의하에 법을 개정하여 고용승계의 의무를 부과하지 않음으로써 인수를 촉진시켜 오히려 고용창출을 성공적으로 이루게 되었다.
원칙적으로 「고용」에 대한 1차적 책임은 기업이 아니라 정부에 있다.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용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야기되는 실업은 국가적 차원에서 정부가 책임을 지고 고용창출을 적극적으로 꾀하여야 한다. 정부의 고용책임을 개별기업에 전가시키려 한다면 결국 효율적인 구조조정과 매수시장은 형성되지 않고 부실기업만 확산되어 고용을 더욱 더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정부는 시장원리에 따라 개별기업의 고용촉진을 위하여 적극적인 인센티브와 더불어 다양한 고용창출 정책을 전개하여야 한다. 노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보장제도가 허약한 실정하에서 고용안정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고용승계를 전제로 물리적으로 매각·인수·합병등을 방해한다면 결국 경쟁력 상실로 인하여 그나마 기대되던 고용마저도 무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물론 기업도 고용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무한경쟁시대에 생존하기 위하여 이익창출이 으뜸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기업은 경제적인 가치창출(이익)외에도 사회적 가치창출(고용)의 책임도 함께 인식해야 한다.
요컨대, 기업의 구조조정을 물질적 측면의 자산·부채등의 매입·인수 등으로만 여겨, 인간적 측면의 고용과 근로관계등을 도외시 한다면 소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어려움과 고통이 뒤따른다 하더라도 노사정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한 구조조정의 정책과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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