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이 제정되어 우리나라 기본법으로 자리매김 한지도 어언 50년이 지났다. 그동안 숱한 격동기를 겪으면서도 오늘날 우리 국민이 근대 헌법을 지니고 살 수 있음은 다행스럽고 경하할 일이다.그런데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이 국한(國漢)혼용문인 관계로 한글전용 정책 아래 국어 교육을 받은 국민들이 가장 중요한 정보인 법전을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조사 발표한 우리나라 대학생의 낮은 한자 능력에 비추어,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우리 헌법과 법률을 읽지 못하고 그 용어의 뜻을 헤아리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선진국의 시민권 자격심사에서 알고 있듯이, 올바른 국민이 되려면 자기 나라의 기본법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와 국어 구사능력은 필수요건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은 우리 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사항이다.
국민이 법을 이해할 수 없으면 법을 존중하는 마음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옛날부터 법은 상식있는 사람이 생각하는 경우와 같다든가 법은 몰라도 양심만 있으면 된다는 등의 말은 있어 왔지만, 요순 시대가 아닌 현 사회에서 이런 생각에 안주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나라사랑은 국민이 제나라 법을 올바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자율적으로 준수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와같은 나라 사랑의 정신을 진작시키기 위해 당장이라도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일을 지적하고 싶다. 그것은 국민의 법전을 한낱 화중지병(畵中之餠)으로 만든 현 한글전용 국어정책을 하루빨리 청산하고 온 국민이 법전에 표기한 국한(國漢)혼용의 어문에 친숙해지도록 국가의 모든 관련 정책들을 정비하는 일이라고 하겠다. 이 일은 한자교육을 받지 못한 국민의 수가 많아진 이 시점에서 결코 용이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사태를 늦출수록 더 어려워지는 만큼 우리 나라의 수준 높은 법치·민주국가 실현을 위해서 현 어문정책의 시급한 수술은 불가피하다고 믿는다.<한국어문회 상임이사>한국어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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