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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같은 생일잔치/김광덕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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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같은 생일잔치/김광덕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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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의 하늘은 우리 헌법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듯 유난히 파랗게 보였다. 반면 같은 시간 의사당 중앙홀에서 열린 제헌절 50주년 경축식은 「장례식」처럼 어둡고 축 가라앉아 있었다.여야의원들의 얼굴은 완전히 굳어 있었다. 국회의장단도 선출하지 못한 「식물국회」 상태에서 제헌절 기념식을 치르는 데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파행국회를 반영하듯 이날 행사는 제 모양을 갖추지 못했다. 김수한(金守漢) 전 국회의장은 후반기 새 국회의장이 맡아야 할 경축사를 대신 읽는게 어색한 듯 『각당 총무들의 요청을 고사하지 못하고 감히 이 자리에 나오게 된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3당 대표들은 재·보선 출마와 유세지원 등으로 참석하지 못하고 한나라당 이한동(李漢東) 총재권한대행과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 부총재, 자민련 김용환(金龍煥) 수석부총재 등이 대타로 나왔다.

재적의원 292명 가운데 상당수가 「표밭」에 투입됐기 때문인지 행사에 참석한 「금배지」는 불과 60여명에 불과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 장기공전을 「항의」하는 뜻에서 검정색 넥타이를 매거나 「헌정회복」이라고 적힌 리본을 찼으나 부자연스러워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여야는 국회공전의 책임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여야 의원들은 260여개 법안을 서랍속에 처박아 둔 채 매달 450여만원에 이르는 세비를 꼬박꼬박 챙기면서도 여전히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우리나라 의원들의 낯은 도대체 얼마나 두껍느냐」는 조소가 나올만도 하다.

여야 의원들이 이날 경축식장에서 제헌 50돌에 감격하며 눈시울을 붉힌 제헌의원들의 심정으로 돌아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임하지 않는 한 파란 하늘같은 「상쾌한 정치」가 펼쳐지길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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