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탈옥수 신창원(申昌源)을 또 놓쳤다. 총을 가진 경찰관 두 명이 맨몸인 그와 몸싸움을 벌이다 귀와 팔을 물어뜯기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격투중 신창원이 권총 손잡이를 잡고 겨누자 경찰은 『제발 총을 놓아달라』고 사정했으며, 신이 달아나자 뒤쫓기는 커녕 파출소로 돌아와 여유만만하게 일지를 쓰고나서 상황을 보고했다. 경찰관의 허리 밴드에 권총이 쇠줄로 연결돼 있지 않았으면 또 빼앗겼을지도 모른다. 격투장면을 목격한 시민이 112에 신고했으나 당직형사들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23분 후였고, 지원병력은 그보다 10여분 늦게 도착했다.16일 새벽 서울에서 신창원이 다섯번째로 출현했을 때 경찰의 초동대응은 이처럼 허점투성이였다.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고교생에게는 총을 쏘아 죽게 하면서 총을 찬 경찰관들이 탈주범을 잡았다가 놓치는 일이 끝없이 반복되고 있으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경찰관들이 무술 유단자라고는 해도 힘이 부치면 몸싸움에 질 수도 있다. 그러나 도망치는 범인을 추격하지 않고 뒤돌아선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두 경찰관이 그를 알아보지 못한 것도 어이가 없다. 민간인들도 수배전단이나 신문과 TV 뉴스를 통해 그의 얼굴을 익혀 비슷한 사람만 나타나도 신고를 하는데, 도둑잡는 것을 업으로 삼는 경찰관 두 사람이 1급 수배자 얼굴을 몰라 그토록 허술하게 대처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경찰은 그가 출몰할 때마다 인상착의, 변장술, 특기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시켜 왔다.
신창원이 남긴 메모를 보면 경찰이 얼마나 허약하고, 검문검색은 또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경찰 4, 5명이 은거지를 덮쳤을 때 그는 가스총을 맞고도 칼을 휘둘러 그들을 물리쳤다. 메모에는 경찰이 스스로 총을 버리고 달아난 것으로 돼 있다. 천안에서는 동료들이 총을 갖고 숨어있는 것처럼 허세를 부려 경찰을 격퇴했다고 썼다. 과장이 있어 보이지만 경찰이 겁을 먹고 물러선 것은 사실인 것같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그를 보고 『위험하니 집으로 가라』고 했다는 내용도 있다. 격투중 부러진 팔을 치료하기 위해 전주와 대전을 무수히 오가며 치료를 했는데도 검문에 걸리지 않았다.
경찰은 신창원이 도망칠 때마다 드러난 일선경찰의 허약함을 보완해 탈옥수 검거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지금 그는 이 시대의 「의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살기가 곤궁해진 사람들은 검문검색으로 길이 막힐 때마다 『그가 잡히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민심이반 현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꿰뚫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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