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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藥 베끼기’ 빗나간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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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藥 베끼기’ 빗나간 경쟁

입력
1998.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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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량 많은 해열·진통제 등/이름만 다른 제품 68종까지/가격은 제각각 “소비자 우롱”국내 제약업계에 만연돼 있는 「복제품 만들기」 경쟁이 IMF시대에 막대한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고 제약기술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상품명만 달랐지 성분과 효능이 똑같은 복제품인데도 약값은 회사별로 천차만별이어서 소비자들만 현혹당하고 있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소비량이 많은 소화제나 위장약, 해열·진통제의 경우 경우 평균 40∼50개에 달하는 제약사들이 성분이 똑같은 제품을 각기 다른 상품명으로 시장에 내놓고 있다. 이들 복제품은 외국 의약품의 제조성분을 ㎎의 소수점 단위까지 똑같이 베낀 것이 대부분이다.

건위소화제의 경우 한미약품(소하자임정) 순천당제약(판개롱정) 영진약품공업(판크론정) 경동제약(아스트렌에프정) 참제약(가센정) 제일약품(멀티라정)등 41개 제약사가 「디메티콘 25㎎, 헤미셀룰라제 50㎎, 옥스바일 엑기스 25㎎, 판크레아틴 175㎎」을 주성분으로 한 똑같은 제품을 각기 다른 이름으로 시판중이다. 또 「이부프로펜 400㎎」으로 만드는 해열·진통제 품목에는 아남제약 환인제약 반도제약등 무려 68개업체가 경쟁중이다.

그러나 이처럼 같은 약이라도 약값은 제품마다 큰 편차를 보인다.

주성분이 「시프로사신 Hcl 250㎎」인 화학요법제의 의료보험 약가는 정(錠)당 ▲금강제약 876원 ▲제일제당 973원 ▲일동제약 993원 ▲바이엘코리아 1,324원 등 최고 448원이나 차이가 난다. 주성분이 「케토티펜 푸마레이트 1.38㎎」인 진해거담제는 대도제약 「자코펜정」이 한정당 429원인데 비해 명인제약 「타몬정」은 544원으로 115원이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100개 들이로 계산하면 1만1,500∼4만4,800원이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대형약국 관계자는 『제약회사들은 약값을 현금결제여부, 공급량 등을 기준으로 7∼8가지로 나눠 서로 다른 가격에 공급한다』며 『복제품의 경우 「원가개념」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싼 값에 팔아도 제약업계는 이득을 보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IMF시대에 국가경제의 낭비요인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제약업체들의 「베끼기 경쟁」을 현상태로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이같은 과당경쟁은 결과적으로 국민의료비 부담을 늘리고 제약산업의 자멸을 초래할 것』이라며 『업체별로 생산품목의 특화와 전문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규제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변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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