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낱낱이 비춰준 거울”/“잘못 지적못하는 풍토 더문제”영화는 사회의 돋보기며 거울이다. 우리가 지나쳤던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워 들여다 보게 하기 때문이다. 동숭아트센터가 16일 오후 서울 동숭씨네마텍에서 마련한 「여고괴담」종영기념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은 잘못된 교육현실을 짚어보는 자리였다. 참석자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박기형 감독과 오기민 프로듀서, 출연배우, 시민단체간부 등 70여명. 2시간 가까이 진행된 토론회는 따끔한 지적과 자성의 목소리로 열기가 넘쳤다.
『「여고괴담」에 나오는 학생구타는 현실과 똑같다. 실제 교실에서 이를 악물고 때리는 선생님을 볼 때는 개인적인 화풀이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화장실을 엿본 남학생을 1시간동안 여학생들 앞에서 바지를 벗기고 서있게 하는 끔찍한 일까지 있었다』는 학생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한 여교사의 충격적인 고백도 있었다. 서울에서 13년째 교편을 잡고 있다는 이 교사는 『영화보다 훨씬 심한 경우를 여러차례 목격했다』며 『동료교사의 잘못을 보고도 지적할 수 없는 분위기가 더 큰 문제』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부모들이 나서서 야간자율학습시간을 더 늘려달라고 한다든가 입시위주 교육을 강요함으로써 매를 들 수 밖에 없고 일부교사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쓰게 된다는 하소연도 했다. 또 송순재 감신대 교수는 『일본에서도 군국주의 잔재를 보려면 한국의 학교에 가보라고 할 정도로 우리교육계는 아직도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영화에서 「미친개」역할을 한 박용수씨는 『여중생 딸을 두고 있는 입장에서 교육현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여고괴담」은 저예산으로 새로운 공포영화의 장르를 개척하고 「하이틴」영화의 새바람을 일으켰다. 또 서울관객 68만명이라는 올 상반기 최대흥행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이룩한 최대의 성과는 다시 한번 교육환경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당초 16일 종영하려던 이 영화는 이같은 관심에 힘입어 서울 허리우드 CGV극장 등 주요 6개 극장에서 연장 상영한다.<최진환 기자>최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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