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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잘못된 정책/홍상화 소설가(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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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잘못된 정책/홍상화 소설가(특별기고)

입력
1998.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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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만이 위기탈출의 길인데/고금리·초긴축 재정정책 등/월街 잣대로 한국경제 진단국제통화기금(IMF)사태 발생 직후 나라의 외환위기 해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범국민적 금모으기 운동이 한창일 때였다. 외국 유명주간지(타임)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그 사진은 가족의 소중한 기억을 담고 있을 금붙이를 앞에 내놓고 앉아 있는 어느 젊은이의 침울한 표정과 그 뒤에서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젊은 어머니의 은은한 미소를 담고 있었다. 아마 이 한 장의 사진은 나 뿐만 아니라 국적과는 상관없이 지구촌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을 것이다. 그로부터 반 년의 세월이 흘렀다. 한 장의 사진이 보여준 애국심과 희생정신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작금의 한국사회는 정계와 재계와 노동계가 분열되어 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이 우리를 이 지경에 몰아넣었는가. 추락할대로 추락한 경제상황 아래서 나라 경제를 살리겠다고 발버둥치고 있는 현정권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고, 도산이나마 면해 보자고 밤낮으로 뛰고 있는 재계를 탓할 수도 없고, 가족의 생계만 유지된다면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노동계로 비판의 화살을 돌릴 수는 더더구나 없다.

문제는 IMF의 잘못된 정책이다. IMF정책이 무조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우선 순위 결정이 정책의 핵이라면 바로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전반에 걸쳐 구조조정도 해야 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확보해야 하지만, 우리가 처한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수출에 우선을 두고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그러나 현 상황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정책은 기업을 도산으로 몰아넣었고 초긴축 재정정책은 정부가 건실한 실업대책이나 경기부양정책을 세울 여유를 주지 않았으며 급격한 구조조정 압박은 사회 전반에 걸쳐 불안을 조성했다.

근본적으로 IMF라는 조직은 위기에 처한 세계 제11위의 경제대국을 희생시켰던 경험도 없었고 희생시킬 노하우도 갖추지 못했다. 그들은 한국의 특수사정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경주하기는 커녕, 월가(街)식 잣대로 한국경제를 멋대로 요리하려고 들었다.

우리의 경제 사정은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한국경제의 해결책은 우리의 전문가에게서 나와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경제학도들이 IMF정책에 변화를 가져오도록 하여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그런 노력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하루 아침에 미국식 시장경제논리의 신봉자 및 전문가로 변신하여 미국식 제도만 따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 믿어 IMF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내의 정책입안자도 이해하기 힘들다. 중국의 철학자인 임어당의 말을 빌리면 학식이 없는 사고는 무책임할 수 있고 사고가 없는 학식은 재앙이다.

다른 아시아 경제 위기국과 달리 우리는 우수한 생산기반을 가지고 있으므로 수출로써 우리가 처한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 수출이 우리의 해결책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지식이 필요치 않다. 정부가 원화의 환율을 적정선에 유지하게 하고, 수출·생산 활동에 필요한 자금의 공급을 원활히 한다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최소한 350억달러를 초과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금년에 우리의 경제사상 전례가 없었던 500억달러의 엄청난 경상수지 흑자를 이룩하려 한다면 세계는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천만금을 주어도 다시 회복할 수 없는 소중한 금붙이를 내놓는 우리 국민들의 희생정신과 애국심과 정열을 그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前 한국컴퓨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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