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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중 뭉칫돈 어디서 났나/신창원 서울도심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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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중 뭉칫돈 어디서 났나/신창원 서울도심 출현

입력
1998.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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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속 현금 900만원·美貨 6,900弗 발견/어제 새벽 포이동에 나타나… 격투끝 도주/일기장·과도·車번호판 5개 등 함께 발견/경찰 7개 중대 1,000명투입 산·도로 수색16일 새벽 서울 도심 주택가 한복판에 나타난 부산교도소 탈옥수 신창원(申昌源·31)은 경찰을 간단히 따돌리고 또다시 잠적했다. 경찰은 이날도 무장한 2명이 맨손의 신과 격투를 벌이고도 놓치는 치욕을 당했다. 경찰은 뒤늦게 서울전역과 수도권일대에서 대대적인 검문검색을 펴고 있으나 신의 도피행각과 수법 등으로 보아 이미 포위망을 벗어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발견

16일 오전 3시47분께 서울 강남구 포이동 229 C식당앞 골목길에서 수서경찰서 개포4파출소 엄종철(嚴鍾哲·42) 경장과 오창우(吳昌祐·29) 순경이 주차된 서울 48라5186호 검은색 엔터프라이즈 승용차 안에 30대로 보이는 수상한 남자가 앉아있는 것을 발견, 휴대용 차량조회기(MDT)로 차량번호를 조회했다.

엄경장이 도난차량임을 통보받고 혼자 내려 차안의 남자에게 『당신 누구냐』고 묻자 이 남자는 『인근 M당구장 종업원인데 손님의 심부름으로 007가방을 전해주려 한다』며 차에서 내렸다.

■격투 및 도주

엄경장이 이 남자에게 『사실인지 함께 당구장으로 가보자』며 데리고 10여m 떨어진 당구장 앞에 도착한 순간 갑자기 남자가 가방을 내려놓고 주먹으로 엄경장의 얼굴을 때려 쓰러뜨렸다. 엄경장이 남자의 목을 감고 쓰러져 함께 뒹굴자 남자는 엄경장의 귀와 목을 물어뜯었다. 격투가 벌어지자 순찰차 안에서 대기하던 오순경도 뛰어내려 합세, 남자의 머리채와 팔을 잡았으나 남자는 두 경찰관을 한꺼번에 뿌리치며 골목으로 달아났다.

엄경장 등은 『그가 허리띠를 강하게 잡아 권총을 뽑기가 불가능했던데다 워낙 뛰는 속도가 빨라 총을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며 『또 단순강도로 판단해 총을 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원 확인

경찰은 이 남자가 176㎝의 키에 호리호리한 근육질 체구, 가슴과 팔의 사슴모양 문신 등 인상착의가 신창원과 동일하다고 결론지었다. 또 버려진 차안에서 탈주행각과 심경 등을 밝힌 「신창원」 명의의 메모장도 찾아냈다.

차안에서는 이와 함께 서류가방, 과도 2자루, 현금·수표 934만원, 미화 6,922달러, 최모씨의 주민등록증, 여자용 개량한복 두 벌, 검정색 구두, 쇠톱, 드라이버, 망치, 여자용 가발, 관광지도, 휴대용 가스버너, 차량번호판 5개 등이 발견됐다. 신은 뒷머리가 목밑까지 내려오는 속칭 「맥가이버형」 머리에 주황색 반소매 티셔츠와 검정색 7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수색 및 수사

경찰은 오전 5시께부터 수서, 서초, 송파서 소속 7개 중대 1,000여명을 투입, 현장주변 구룡산과 대모산일대를 수색하는 한편 하산로와 연결되는 양재대로 등 주요도로를 차단, 차량검문작업을 벌였다. 또 신이 맨발로 달아난 점을 감안, 멀리가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인근 여관과 주택 등 은둔가능성이 있는 곳을 집중탐문하는 한편, 포위망을 벗어났을 가능성에도 대비, 성남, 과천, 광주 등 서울과 연결된 35개 수도권 길목과 궁내, 판교, 토평 등 고속도로 톨게이트에도 경찰을 배치했다.

경찰은 오후 9시부터는 방범대원과 기동대 등 1만5,000여명을 동원해 서울시내 전역의 도로, 취약지 골목 등지에서 자정까지 차량과 행인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검문검색을 펼쳤다.

한편 경찰은 신이 버리고 달아난 엔터프라이즈승용차가 14일 도난당한 박모(37·사업·서울 성북구 성북동)씨 소유이며 3월 강모(30·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씨가 도난당한 그랜저승용차의 번호판을 달고있는 점으로 미뤄 신이 최소한 4개월전에 서울에 잠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차안에서 발견된 현금 등 유류품으로 보아 수차례 강·절도 등의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신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박천호·유병률 기자>

◎신창원 누구인가/강도살인 무기수 복역중 작년 탈옥/중학중퇴 15살때부터 교도소 ‘들락’

신창원(申昌源·31)은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형을 받아 부산교도소에 복역중이던 97년 1월20일 탈옥했다. 신은 감방천장에 있던 가로, 세로 30㎝ 크기의 화장실 통풍구를 뜯고 교도소마당으로 나온뒤 높이 4m나 되는 콘크리트담을 넘어 탈옥했다. 신은 비좁은 화장실 통풍구로 빠져나가기 위해 탈옥하기전 40여일간 위장병을 핑계로 식사를 하지않으면서도 체력을 키우기 위해 매일 팔굽혀펴기를 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했다.

전북 김제시 금구면에서 농가의 3남1녀중 3남으로 태어났다. 초등학교때 어머니를 잃은 신은 중학교 2학년을 중퇴한 뒤 15살때 절도죄로 김제경찰서에 붙잡혀 처음 소년원에 들어간 뒤 7년 사이에 4번이나 수감됐다. 소년원에서 나온 직후 고향을 떠나 서울 청량리역 주변 유흥가에서 폭력배 생활을 해왔다. 89년 7월 강도살인죄로 서울 성북서에 붙잡힌 뒤 청송보호감호소에서 복역하다 94년 11월 부산교도소로 이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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