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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없어도 잘된다/있어야만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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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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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스타」가 문제다. 그들이 없으면 문화는 헛헛하다. 그래서 스타를 만들고, 스타를 끌어들인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영화와 연극의 서로 다른 선택은 스타시스템의 명과 암을 반영한다. 극소수의 스타에 끌려다니던 영화는 장르확대와 더불어 「스타탈피」로 나아가고, 연극은 썰렁한 객석을 채우려고 인기연예인들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없어도 잘된다/참신한 기획·개성있는 연기로 승부/‘여고괴담’ 등 성공힘입어 스타탈피 늘어

「한석규나 박중훈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스타 의존도가 낮아졌다. 많게는 한국영화 제작비의 20% (약 2억원)를 차지하는 스타 한 명의 출연료. 때문에 기술, 세트등 영화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다른 분야를 등한시하거나 제작비 부담만 안아왔다. 이제는 달라졌다. 지명도가 낮더라도 작품의 성격에 맞는 배우를 찾아 쓰겠다는 것이다.

「조용한 가족」과 「여고괴담」이 자극제가 됐다. 두 영화가 서울서 거둔 흥행성적은 35만명과 68만명. 스타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조용한 가족」의 고호경은 신인이고 나머지 다섯은 조연급이었다. 「넘버 3」로 부각된 최민식과 송강호를 스타라고 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름보다는 극중 성격에 맞는 캐스팅과 짜임새있는 구성으로 성공했다.

김규리와 이미연을 제외하고는 단역이나 학생들을 조연으로 쓴 「여고괴담」의 출연료는 총 1억2,000여만원. 한석규의 절반 수준이다. 따라서 제작비도 대폭 줄어 6억원으로 영화를 완성시켰다. 제작사인 「씨네 2000」의 이춘연대표는 『스타로 관심을 끌수도 있었다. 그러나 주제가 학교현실인 만큼 현장감이 있는 인물(학생들)이 적격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영화만 해도 10편 가까이 된다. 장진 감독의 「기막힌 사내」는 단골조연인 최종원과 양택조가 주연으로 등장하고 「파란대문」(감독 김기덕) 은 이지은 이혜은으로 끌고간다. 정지영 감독의 새작품 「까」는 아예 신인 30명을 선발해 쓰기로 했다.

IMF 한파로 거품이 빠지면서 영화계도 허세보다는 참신한 기획과 아이디어, 개성있는 연기와 탄탄한 구성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 장르의 다양화가 이뤄지면서 자연히 연기자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 「퇴마록」이나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처럼 배우보다는 테크놀로지의 비중이 더큰 영화도 시도되고 있다. 리얼리티를 위해 이미지가 고정된 스타보다는 신인을 고집하는 「이재수의 난」의 박광수나 「아름다운 시절」의 이광모 감독의 역할도 크다.

이런 현상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영화평론가 조희문씨는 『최선은 아니고 차선이다. 자칫하면 영화가 축소재생산으로 스스로 올가미를 쓸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아직도 대기업 영화사는 『누구 아니면 안된다. 돈 걱정말고 잡아만 와라』라는 식이다. 그 결과 한국영화는 같은 배우가 연기하는 비슷한 작품만 양산했다. 스타에서 벗어나기는 그에 대한 반성이자 대안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이대현 기자>

◎있어야만 뜬다/불황시대 새로운 흥행전략/안재욱·유동근·윤도현 등 ‘무대로 무대로’

뮤지컬에 대중스타가 몰린다. 여자 구세군을 유혹하는 안재욱, 품바타령을 불러젖히는 거지대장 유동근, 기지촌 출신의 로커 윤도현의 모습을 8∼10월 무대에서 볼 수 있다. 안재욱은 민·광·대의 「아가씨와 건달들」, 유동근은 1인극을 뮤지컬화한 극단 가가의 「품바」, 윤도현은 서울뮤지컬컴퍼니의 창작뮤지컬 「하드록 카페」에 출연한다. 갖가지 토털퍼포먼스가 체코와 합작한 뮤지컬 「드라큘라」에는 가수 신성우와 탤런트 최민수가 드라큘라역을 놓고 마지막 경합을 벌이고 있다.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들은 출연시기까지 겹쳐 흥행과 연기에서 뜨거운 경쟁을 벌이게 됐다.

왜 이리 치열할까. 「작품 안 하는게 남는거다」라는 분위기가 대세일 만큼 관객이 눈에 띄게 줄어든 요즘 특별한 마케팅전략이 필요한 탓이다. 뮤지컬제작비는 최저 수억원대로 높아져 흥행부담이 크기 때문에 홍보전략으로서 유명인 출연자에 의존하게 되는 것. 안재욱 팬클럽은 이미 PC통신에 「아가씨와 건달들」의 대본을 띄웠을 정도다.

인기 연예인의 뮤지컬 출연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신애라, 「우리집 식구는 아무도 못말려」의 최수종 엄정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하희라, 「스타가 될거야」의 나현희 이상우…. 이중 많은 작품들이 목돈을 만지기도 했는데 출연자 덕이 적지 않다.

반면 「노래 못하고 잘 생기기만 한」 스타들에게 수없이 속아오면서(?) 관객들의 수준도 여간 높아지지 않았다. 이제는 웬만한 이름값만으론 관객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아 실력까지 두루 고려하는, 발전적인 면도 보이고 있다. 신성우 윤도현 등에게 노래실력은 물을 필요가 없고 작품 속 이미지도 고려됐다.

황인뢰 연출의 「하드록 카페」(8월22일∼10월6일 동숭아트센터)는 폭발적 정열과 일탈의 욕구를 간직한 한 가수의 인생을 통해 록의 매력을 그리고 있어 제대로 된 로커가 아니라면 어설픈 극에 그칠 법하다. 윤도현밴드가 아예 음악연주를 도맡았다. 「아가씨와 건달들」(9월19∼27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도박꾼 스카이로 변신할 안재욱은 종전의 여러 스카이와는 다른 소년형이나 『새로운 작품해석을 의도했다』고 극단 대중의 조민 대표는 설명한다.

사랑을 갈구하는 「드라큘라」(9월12∼3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역시 강렬한 개성으로 기대를 모으는데 이번 주말 캐스팅이 확정된다. KBS 드라마 「용의 눈물」로 주가를 올린 유동근은 뮤지컬 출연이 처음인 데다가 왕에서 거지로의 변신이 주목거리다. 「품바」는 10월 호암아트홀에 오른다.<김희원 기자>

◎저예산영화 봇물속 대기업은 톱스타 고집

대기업은 여전히 스타시스템을 고집한다. 외화수입에 따른 위험부담 때문에 한국영화 투자로 방향을 돌렸지만 다양한 작품 선택보다는 톱스타를 기용하는 오락성 대작에 관심을 쏟고있다.

삼성은 한석규가 주연인 「쉬리」와 첨단테크놀로지를 도입하는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에 투자했다. 이른바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규모가 크다. 「이재수의 난」도 삼성이 맡았다. 모두 제작비가 편당 20억원을 넘는다. 침묵하던 대우도 하반기에는 스타를 기용한 대작 5편에 투자할 계획으로 작품을 고르고 있다.

영화산업을 벤처개념으로 보는 일신창투에 이어 삼부파이낸스도 「엑스트라」 「짱」에 참여했다. 「퇴마록」은 국민투자기술금융이 참여한 작품이다. 정부의 영상산업지원 권유에 따라 한국산업기술금융도 4,5편의 영화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들은 스타보다는 참신한 기획과 아이디어, 탄탄한 스토리를 선호한다. 위험부담은 있지만 성공할 경우 엄청난 수익을 올릴수 있기 때문.

이들 덕분에 한국영화가 하반기 들어 활기를 띠고 있다. 상반기는 17편(심의기준)에 불과했지만 하반기는 30여편에 이를 전망이다. 제작이 진행중인 작품만 20여편이나 된다. 물론 스타중심의 대작과 아이디어 중심의 저예산으로 갈라져 있다.

◎문화시장 침체속 대중장르 뮤지컬은 인기

8∼9월은 뮤지컬의 계절이다. 「하드록 카페」 「아가씨와 건달들」 「드라큘라」 「품바」 외에 극단 신시 「라이프」가 8월1∼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재공연되고 학전의 「의형제」가 9월1일부터 연말까지 학전블루에서 장기공연에 돌입한다. 2,200석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4,000석에 달하는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 오르는 대형 공연이 많은 것도 눈에 띈다.

물론 이 공연들이 모두 흥행에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공연시장의 축소가 확연한 가운데 뮤지컬만 성하니 별다르다. 예술의전당 상반기 결산을 보면 올 상반기 총 100만명의 관객을 동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가 증가했다. 공연 자체는 지난해보다 33회 감소하였으나 관객은 오히려 22만명이 늘었다. 장기공연도 늘어났다. 그 원천이 바로 악극과 뮤지컬. 즉 문화시장 전체는 위축되고 대중장르는 살아남기 쉽다는 뜻이다.

더욱이 극장들이 예산자립에 대한 압력을 받으면서 이런 공연들을 공동제작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아가씨와 건달들」은 세종문화회관 개관20주년 기념작이고 「라이프」재공연도 예술의전당이 공동주최한다. 「품바」의 호암아트홀도 마찬가지. 이때문에 한편에서는 문화공간에서 순수문화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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