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가 자기의 삶을 각기 최선을 다하여 이끌어 나가야 하는 것이지만 그런 사람들이 국가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수백년, 수천년 함께 살다보면 언어나 습성이 비슷해지게 마련이고, 근세사에 접어들면서 나라마다 헌법이라는 것을 만들어 운명공동체의 생활의 틀을 마련하면서 권력을 거머쥐게 되는 사람들에게 그 권력을 절대 남용해서는 안된다고 일러주는 것이 사실이다.그러므로 한 나라의 헌법은 제정되던 때의 그대로 있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보완돼야 하고 개정돼야 할 조항들이 생긴다는 것도 어쩔수없는 일이라고 믿는다. 미국은 헌법개정이 몹시 까다로운 나라이지만 휴일이나 여성의 참정권을 허용하기 위해, 또는 대통령의 중임 이상을 허용하지 않기위해 개정안을 채택하여 헌법을 보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헌법을 제정한지 50년이 되는데 이미 아홉차례나 개헌을 단행하여 헌법 자체가 상처 투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도상의 개선을 위해(그것이 개선이었는지, 개악이었는지는 분별하기 어렵지만) 대통령 중심제에서 내각책임제로 개헌한 일이 단 한번 있었을 뿐, 나머지 여덟번의 개헌은 모두 권력 자체를 위해 무리하게 강행된 개헌이었고 그런 개헌의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야당의 강한 반발이 있었던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권의 연장 내지는 보강을 위한 개헌, 불법적이고 무리한 개헌, 독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파렴치한 개헌때문에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병들었다고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발췌개헌도, 사사오입도, 10월유신도 없었던 헌법으로 일단 50년은 힘써 보고 앞으로의 50년을 위해 개헌을 시도하는 그런 지도자들의, 그런 나라가 되었더라면 오늘의 한국이 계속 분단의 고통속에서 IMF의 한파를 맞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도대체 개헌으로 국민생활에 무슨 유익이 있었는가.
아, 슬프다 제헌절이여. 50년 전으로 되돌아가 제1공화국의 그 헌법으로 앞으로 50년을 살아보면 어떨까. 이것이 과연 부질없는 생각일까. 슬프다 제헌절이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