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이른바 사사오입(四捨五入)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했을때 외신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은 쓰레기더미 속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악평했다.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에게 장기집권의 길을 터주기 위해 표결결과까지 왜곡하는 신생공화국의 국회가 서양사람들의 눈에는 그렇게 비쳐졌던 모양이다. 그후 70년대에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영구집권을 위해 단행된 10월유신 역시 민주주의의 이단임에 틀림없었다.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그럴듯한 포장에도 불구하고 서양언론의 눈에는 「포니수준에도 못미치는 민주주의」로 격하되었다.■오늘은 50번째 맞는 제헌절이다. 50년전 오늘 신생 대한민국 건국의 초석인 헌법이 공포됐다. 그동안 헌법은 모두 아홉차례의 손질을 거쳤다. 대부분 집권자들의 뜻에 따라 난도질 당했다고 할 수 있다. 「헌정사 50년」을 오욕의 역사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력이나 날치기가 불가피했을 정도로 개헌안은 야당과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기본법이 누더기 신세여서인지 헌정도 툭하면 파행이요, 걸핏하면 공전이었다.
■50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권교체가 이룩됐으나 사정은 나아진 구석이 별로 없다. 여야의 당리당략이 의장단구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회부재상태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서로 「네탓」시비다. 「식물국회」니,「퇴출대상」이니 해도 꿀먹은 벙어리다. 오늘 제헌절 기념식에 야당의원들은 검은 넥타이에 검은 리본을 달고 참석하리라 한다. 기념식이 아니라 추도식이다.
■그러나 생각은 온통 보궐선거판에 가 있다. 이율배반도 유분수지, 국회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배지가 뭐 그리 대단하다는 것인지. 후보자 가운데는 입에 올리기도 거북한 전과사실이 있는 자도 눈에 띈다. 이런 사람만이라도 골라내는 안목을 유권자들이 가져주기를 제헌절 아침에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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