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간 국내산 1,000개 오른 ‘산할아버지’/“산행초보자들 이정표 잘구비된 국립공원부터 시작하세요”『웅장하기는 지리산이, 경치는 설악산이 최고지요. 등산에 어느 정도 재미를 붙인 경우라면 홍천 팔봉산, 이천 도드람산, 춘천 오봉산등을 추천하고 싶어요. 높지도 낮지도 않으면서 바위굴, 암벽등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이종훈(63·서울 마포구 공덕동)씨는 전문산악인은 아니다. 그저 산이 좋아 매주 한두 번씩 배낭에 나침반, 지도등을 챙겨넣고 집을 나선게 어느덧 21년째다. 지금까지 그의 발길이 닿은 산은 1,000개를 넘는다. 7일 오른 충북 영동군 천만산(千萬山)은 그가 등정한 1,000번째 국내산이다.
그의 산사랑은 78년 1월 건국대 산악반원이던 아들 동구(당시 28세)씨가 북한산 암벽등반을 간다는 말을 듣고 걱정이 돼 따라 나선 게 시작이다. 미8군 유류보급 담당자였던 이씨는 이 때부터 휴일마다 아들과 함께 산을 찾았다. 산을 타면서 지병이던 신경통과 위장병이 씻은 듯 가셨고 정력가 소리도 듣게됐다. 부인 정명구(61)씨도 남편을 따라 500개가 넘는 산을 올랐다.
이씨는 79년 구입한 「全國100山岳」이라는 책자를 가보처럼 아낀다. 국내 명산을 소개한 이 책을 통해 등산에 입문했기 때문이다. 표지가 바랜 책의 앞장에는 그가 오른 1,000개의 산이름이 빼곡히 적혀있다. 실향민이 아니어서 언제 차례가 올지는 모르지만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게 그의 마지막 꿈이다.
그는 등산 초보자들에게 『우선 국립공원부터 가보라』고 권한다. 이정표가 잘 돼 있고 주변 경치가 뛰어나 지루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은 도립공원이다. 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산이 눈에 띄고 등산요령도 생긴다. 그는 『등산은 돈없이도 즐길 수 있는 IMF형 레포츠』라며 『산에 오르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용기가 샘솟는다』고 등산예찬론을 폈다.<고재학 기자>고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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