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값 됐다』는 말이 있다. 어떤 물건값이 너무 떨어져 본전 건지기도 어려울 때 쓰이는 속어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지만 시골에서는 60년대까지만 해도 개는 어느 집에서나 길러 값이 따로 없을 정도였다. 소는 달랐다. 농사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고 그만큼 값도 비싸 재산목록에도 올랐다. 소 판 돈으로 대학공부한 사람들에게 소는 너무 고맙고 소중한 존재다. 그런데 이제는 값이 너무 떨어져 소를 내다버리는 세상이 되었다.■지난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에서는 난데없는 송아지 울음소리가 주민들을 깨웠다. 한 축산농민이 소값 폭락에 항의해 기르던 송아지 10마리를 길바닥에 풀어놓고 사라진 것이다. 국회가 있는 여의도에서는 6월 이후 네번째 같은 일이 일어났다. 6월 중순에는 농림부가 있는 정부 과천청사 앞에 젖소 송아지 8마리가 버려졌다. 사료를 제대로 먹지못해 바싹 마른 이 송아지들은 축산기술연구소로 넘겨져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농민들이 송아지를 내다버리는 것은 소값이 개값만도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농촌에서는 큰소 한마리가 170만원대, 생후 6∼7개월짜리 송아지는 35만원대라 한다. 고기로는 인기가 없는 젖소 송아지는 5만원짜리도 있다니 20만원짜리 큰개의 4분의 1 값이다. 값이 한창 좋던 95년 큰소가 340만원, 송아지가 180만원이었던데 비하면 개값이라는 말도 부족하지 않은가. 기를수록 손해라는 농민들의 말에 과장이 없음을 알겠다.
■IMF 관리체제 이후 사료값은 환율인상폭만큼 올랐는데 쇠고기와 우유소비는 오히려 줄었으니 소값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시장경제의 원리라 하겠다. 그러나 소값이 개값도 안되고 수요도 줄었는데 쇠고기값과 우유값은 내릴 줄을 모르니 시장경제는 어디갔나. 송아지를 내다버리는 일이 시대의 풍속도가 됐을 정도인데 정부는 팔짱만 끼고있으니 농림부는 어디갔고, 농협과 축협은 무엇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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