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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권오길의 생물이야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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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권오길의 생물이야기:11)

입력
1998.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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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다리 비비는 행동/발로 음식 맛보는것파리가 극성을 부리는 계절이다. 강의실에도 파리가 많아 학생들에게 『파리 날개가 몇 개인지 아느냐』고 묻곤 한다. 파리를 그렇게 많이 보았건만 날개가 몇 개인지 아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파리 날개는 한 쌍이다. 밤잠을 설치게 하는 모기도 날개가 두 개인 쌍시류(雙翅類)다. 파리와 모기를 잠자리처럼 날개를 네 개로 그리는 것은 관찰력이 부족하다고 봐야 한다.

파리 날개는 원래 네 개였다. 그러나 뒷날개가 퇴화해 작은 하얀 살점으로 남아 있다. 학문용어로 평형곤(平衡棍)이라 한다.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데 사용된다. 파리 날개를 떼버려도 「윙」소리를 내는데 바로 평형곤의 진동소리다.

그런데 파리는 무슨 재주로 천장이나 유리에 잘 붙어 앉을 수 있을까. 다른 곤충과 마찬가지로 다리 끝에 기름이 나오는 털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유리를 매우 정밀한 현미경으로 살펴 보면 많은 틈이 보이는데 파리 발의 털이 갈고리 역할을 해 미끄러지지 않고 잘 앉아 있을 수 있다. 유리 표면에 털을 끼울 정도니 종이나 나무기둥에 앉는 것은 누워 떡먹기라 하겠다.

파리는 또 밥이나 설탕을 빨아 먹으면서 앞다리를 서로 비비는 특이한 행동을 한다. 마치 남에게 싹싹 빌며 애걸하는 모양이어서 사람이 아첨하는 것을 빗대 「파리 발 드린다」고 표현한다. 실제로는 두 발을 비벼 맛을 보는 것이다. 파리는 다른 곤충과 달리 발로 맛을 본다.

파리는 한 번에 알을 1,000여개나 낳을 정도로 종족번식력이 강한 편이어서 모두 다 잡을 수 없다. 그저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강원대 생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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