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공급 풍부해 상승세 반전은 희박/수출타격 커질땐 당국 개입 나설듯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1,300원벽을 무너뜨리면서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처음으로 1,200원대에 진입했다. 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 하락속도가 너무 빨라 수출위기감이 훨씬 더 큰 게 사실이다.
국내 무역업체들은 올 하반기에 채산성 및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환율을 달러당 1,380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경쟁국과 가격으로 싸움을 하려면 적어도 100원이상은 올라야 한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동남아시아의 경쟁국 환율은 오름세를 타고 있는데 원화환율만이 급속도로 하락해 가뜩이나 위축된 수출경쟁력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수시장 붕괴위기의 기로에 선 자동차업종은 적정환율선을 1,530원대로 보고 있고 유류·섬유·타이어등 수출이 부진한 업계들은 1,400원 이상의 고환율이 유지돼야만 수출경쟁력이 살아난다는 입장이다.
다만 수입원자재 의존율이 높아 원화 평가절상을 바라는 반도체 업종은 1,150원대를 적정환율로 보고 있어 큰 대조를 이룬다.
문제는 이같은 업계의 희망에도 불구, 환율이 올라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다. 막대한 무역수지흑자도 강력한 하락 요인이지만 무엇보다 110억달러가 넘는 거주자외화예금이 환율상승을 강하게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들이 해외에 매각한 자산대금이 속속 유입되고 있어 서울외환시장은 이래저래 「달러초과공급」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결국 환율의 방향을 바꿔놓을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정부의 시장개입 뿐이다. 외환당국은 『달러당 1,200원대에 들어가도 시장에 개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환율이 속락을 거듭하고 유일한 달러박스인 수출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수준까지 떨어질 경우 정부도 더 이상 방관할 수는 없을 것이란게 시장의 관측이다.<장학만 기자>장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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