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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한 노숙자 대책/이병일 수석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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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한 노숙자 대책/이병일 수석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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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거주지가 없는 노숙자들이 유럽연합 15개국에만 300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가 최근 밝혔다. 이중 노숙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독일로 자그마치 85만명이나 되며 이중 3분의 1이 이민세대다. 미국에도 75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러한 현상이 80∼95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2배로 증가하는 등 선진국들이 경제적인 번영을 이루고 있을 때 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이것은 저소득층이 주로 일하던 제조업체가 전일제 근무의 안정된 직장에서 임시직 및 시간제 근무가 늘어나는 불안정한 직장으로 바뀌어가면서 가정과 지역사회가 흔들리고 있음을 뜻한다. 근로자들이 기업의 구조 조정 등으로 직장에서 쫓겨나고, 예전에는 싼 값에 집을 구할 수 있었던 빈민지역이 재개발로 고급주택가가 되면서 거리에 나앉게 될 위험성이 커진 것이다. 이로인해 선진국에서는 상류계층과 저소득층간의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유니세프는 이러한 노숙자들이 자살충동에 시달린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95년도 조사한바에 따르면 부랑인 합숙소 청소년의 26%, 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람의 32%가 한 번 이상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숙소의 청소년들의 경우 호흡기 질환, 귓병, 위장장애, 에이즈 등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의 2배나 됐고, 합숙소의 10대 초반 소녀들의 임신율은 집에 있는 소녀들 보다 무려 14배나 높았다.

■IMF구제금융시대를 맞아 기업의 구조 조정등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 노숙자들도 서울지방공사 강남병원이 최근 676명을 진료한 결과 90.4%가 각종 질병에 걸려 있었다. 노숙자가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이들 대부분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경우 사회문제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노숙자문제는 지금과 같은 초기단계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훗날 사회분열 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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