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구체적 언급없이 보고만 받아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5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 강경한 대북(對北)경고를 하기로 했다. 당초 NSC는 이달말께 개최될 예정이었다. 김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국가안보전략」이라는 보고서를 채택하고 햇볕정책이 통일·외교·국방정책의 기본전략임을 공식화하기로 돼 있었다.
상황이 미묘하게 반전된 데 대해 김대통령의 고민도 있는 듯하다. 김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도 무장간첩사건에 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회의를 마친 뒤 천용택(千容宅) 국방장관과 임동원(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보고만 장시간 받았다. 박지원(朴智元)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임수석도 『구체적인 말씀을 안하고 있다』고 말해 김대통령이 숙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대통령이 말을 아낄 만큼 정부의 대북정책이 맞고 있는 시련은 크다.
지난 9일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예측한 대로 햇볕정책은 안팎의 협공을 받고 있는 것이다. 북측이 계속된 도발로 정부의 의지에 도전하는가 하면, 내부에서도 재·보선을 앞두고 북한에 대한 포용노선이 쟁점화할 태세다. 안보태세의 허점이 보인 만큼 일반인의 불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강경한 대책은 북한은 물론, 국내의 비판까지 잠재울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부작용을 가져오는 것이라는 점이 지난 정권에서 입증됐다. 우리측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대북(對北)제재 수단은 많지 않다. 우방국을 대북제재 대열에 오랫동안 묶어 두려한 것은 과거 한미간 갈등의 주원인이 됐다. 수시로 일어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그 때마다 강경책을 쓰다보니 냉탕·온탕이라는 일관성 논란을 빚기도 했다.
무엇보다 대북 포용노선은 김대통령의 오랜 신념이고, 국민의 정부의 기본노선이다. 김대통령이 NSC를 직접 주재키로 한 것은 내부적으로 안보태세에 대한 국민적 안심을 확보하는 데 있으며 햇볕정책을 후퇴시키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엇갈리는 찬반여론에 따른 정책의 딜레마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같다.<유승우 기자>유승우>
◎北 적반하장도 유분수/“집안 단속 잘하라” 비아냥도/對北 포용정책 교묘한 이용
14일 북한당국이 조평통 대변인 회견형식을 통해 무장간첩침투사건을 「자기들과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한 것은 관련사실의 부인 정도에 있어 과거보다 훨씬 완강하다.
96년 강릉 무장잠수함침투사건이나 지난달 속초 잠수정침투사건 때도 북한은 사건발생 직후 무관함을 주장했지만 그래도 「훈련중 조난」운운하며 사건발생 자체만은 인정하는 투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예 남한측이 꾸며낸 조작극이라는 적반하장식으로 나왔다. 북한은 한술더떠 남측을 향해 『집안단속이나 잘하라』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정부당국자들은 북한이 16일 열리는 판문점 장성급회담에서도 관련사실을 정면 부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당국자는 『북한은 한동안 남한내 여론과 국제사회의 동향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며 『따라서 북한이 이른 시일안에 백기를 들고 나오지는 않을 것이며 결국 한미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압력 정도가 북의 태도 변화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평통회견내용이 말해주듯이 북한은 우리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교묘히 이용, 남한내부의 이념적 갈등을 줄기차게 유도하고 있다. 더욱이 조평통은 별도성명을 통해 남측의 「민족화해 범국민협의회」구성 추진을 『관제어용기구를 만들려는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공식반응만을 놓고 볼 때 남북관계는 한동안 냉각기를 피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 대응역시 강경기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문제전문가들은 북한의 태도가 26일 북한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일을 고비로 보다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북측이 26일 어떠한 태도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정진석 기자>정진석>
◎당리당략 안보관?/野,與 말바꾸기 사례 공개
『북한 무장공비 침투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이번 사태에 대한 고위급 문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얼핏 보면 이번 무장간첩 침투사건의 책임을 물어 국방장관등의 사퇴를 요구하는 야당 성명같지만 사실은 국민회의 박상규(朴尙奎) 부총재가 96년 10월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 당시 국회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 말이다.
한나라당은 14일 96년 잠수함 침투사건때 야당이었던 국민회의와 자민련 인사들의 발언내용을 「찾아내」 공개했다. 『여당이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에 따르면 야당의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천용택(千容宅) 국방장관은 당시 국민회의 의원으로서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사태종결후 이양호(李養鎬) 국방장관과 김동진(金東鎭) 합참의장은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또 김종필(金鍾泌) 국무총리서리는 자민련총재 시절 『이번 사건은 대북정책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확인해주는 것으로, 대북 정책이 신뢰를 잃는 이유는 환상과 허구적 통일관 때문』이라며 대북 유화론을 경계했다. 이와관련, 김철(金哲) 대변인은 『이는 여당의 안보관이 소신이 아니라 당리당략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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