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 의도적 말소 가출신고 급증/동사무소 직권말소도 3개월새 2배나/신고·복원 간단… 악용사례도 ‘다반사’『차라리 무적자(無籍者)가 되고 싶다』
최근 기업의 부도와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실직자가 급증하면서 의도적으로 주민등록을 말소시킴으로써 공적인 서류에서 사라져버리는 「IMF형 무적자」가 늘고 있다. 실직자나 채무자들이 빚이나 보증, 벌과금, 세금 등을 일시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주민등록을 말소시켜 잠적하는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현행 주민등록법상 이러한 행위는 범법으로 허위 가출신고 등을 한 신고자는 3년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서울 성동구 김모(45)씨는 올들어 사업 실패로 생긴 2,000여만원의 부채를 갚을 수 없자 법적으로 자신을 「실종」시키기로 했다. 김씨는 빚쟁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오는데다 취업도 어려워지자 가출한 뒤 부인에게 관할 동사무소에 가출신고를 내도록 했다. 그러나 김씨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가족과 몰래 만나고 있다.
도피생활자가 증가하면서 동사무소 직권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모(37)씨는 지난해말 실직한 뒤 은행과 카드사로부터 4,000여만원의 빚 독촉을 받게되자 가족과 함께 몰래 고향으로 이사했다. 은행 등은 고지서가 계속 반송되자 관할 동사무소에 신씨의 거주 여부 확인을 의뢰했고 신씨는 3월 가출한 것으로 판명돼 주민등록이 직권 말소됐다.
서울 성동구청의 경우 직권말소된 무적자가 1·4분기에 232세대 466명이었던 것이 2·4분기에는 546세대 903명으로 두배이상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3·4분기 336세대 615명, 4·4분기 360세대 663명보다도 30∼40% 증가한 것이다. 또 친인척들에 의한 신고말소도 올 상반기에는 47세대 47명에 이른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예년에는 주로 범죄자들이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주민등록을 말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실직후 채무를 회피하기 위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 A동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발생하는 대부분의 주민등록 말소는 세대주의 신고에 의한 것보다는 채권을 회수하려는 금융기관이 소재파악을 의뢰해 조사결과 직권말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더욱이 주민등록 말소 절차가 동거 세대주의 신고로 간단히 처리되는데다 이를 복원시키는데도 1만∼4만원의 과태료만 납부하면 돼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무적자들이 증가하자 서울시는 최근 서울역광장 노숙자들을 상대로 주민등록재발급 및 재등록 캠페인을 실시, 노숙자 199명의 주민등록을 복원시켜주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본격적인 경제 구조조정으로 실직자가 늘어날 경우 「IMF형 무적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이동준·이주훈 기자>이동준·이주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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