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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없이는 ‘햇볕’도 없다/申榮錫·평화문제연구소 소장(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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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없이는 ‘햇볕’도 없다/申榮錫·평화문제연구소 소장(한국시론)

입력
1998.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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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 외투벗을 생각 않는데 안보상 허점 덮어둔채 화해·협력만 추구 잘못”속초 앞바다의 잠수정 침투사건에 대한 충격과 분노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무장간첩침투사건이 발생하였다. 잠수정사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에 대한 아무런 보장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북의 대남침투가 재발함으로써 우리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남북관계는 해법(解法)을 찾으려고 다가서면 또다른 변수가 나타나 문제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게 만드는 난해한 수식과 같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햇볕정책이 정작 북한으로부터는 도발과 군사공작이라는 「뺨맞기」를 당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아주 기본적인 원칙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바로 북한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대북정책의 방향이다.

북한은 통일대상으로서 우리가 끌어안아야 할 같은 민족이자 또한 안보상 최대의 가상적으로서 방어해야 할 이중적인 대상이다. 현재 이러한 상황이 극명하게 공존하고 있다. 북한주민들을 돕기 위한 활발한 활동 및 금강산관광개발 협력과 같은 화해·협력은 한 민족으로서의 공동체 인식에서 출발한다. 또한 잠수정과 무장공비의 침투에 따른 불안감과 적개심은 적으로서의 인식을 재삼 일깨워 주고 있다. 그동안 남북한관계는 이러한 두가지 인식이 교차적으로 반복되면서 한편으로는 유화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적대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현재 북한은 「햇볕론」에 대한 강한 불만감을 군사적 도발이라는 형식으로 표출하고 있다. 자신의 「외투」를 벗기겠다는 한국정부의 논리에 대해 「대남교란」으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교조적인 교육과 학습을 통해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에 대해 스스로 「도덕적」확신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황에 처해있지만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외투」는 체제를 유지케 하는 유일한 단서가 된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햇볕을 비춘다고 해서 쉽사리 북한이 외투를 벗을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나 순진하다. 이는 북한이 국가보안법 폐기와 안기부 해체를 주장한다고 우리가 무작정 그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차피 변화를 위해서는 지난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원칙적인 차원에서 햇볕정책의 취지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햇볕정책의 유지를 위해 보이고 있는 「유연」일변도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감을 가지고 있다. 외투를 벗기겠다는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햇볕정책의 의도를 비난하며 자신의 옷깃을 더욱 여미고 있는 것이 북한의 모습이다. 지속적인 북한의 군사적 침투에 대한 정부의 신중한 반응이 북한에 대해 대남공작상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지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안보는 정경분리의 원칙보다 상위에 존재하는 일반원칙이다. 국가의 가장 큰 본능은 생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로 드러난 안보상의 허점을 미봉하고 화해와 협력만을 추구하는 것은 결코 옳은 판단일 수 없다.

햇볕정책에 앞서 정부는 대북정책 3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무력도발 불용(不容), 흡수통일 반대 그리고 정경분리에 의한 적극적인 화해·협력 추진이다. 그런데 무력도발 불용이라는 첫번째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무력도발 불용은 북한에 대한 요구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우리 스스로 확신과 대비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영역이다.

이미 고도화되어 있는 남북한 군사대치의 긴장관계를 더 고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북한군이 우리 영해를 안방 드나들 듯 하는 것은 꼭 막아야 한다. 남북한간의 화해와 협력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햇볕정책은 안보적 확신이라는 토대위에서만 그 진정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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