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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한 한보 비리(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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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한 한보 비리(社說)

입력
1998.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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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 일가의 불법적이고 몰염치한 탐욕은 얼마나 더 계속될 것인가. 검찰은 정총회장의 4남인 한근씨가 스위스 은행계좌에 무려 3,200만달러(한화 460억원)를 은닉한 혐의를 포착했다. 이 돈은 정씨가 작년 11월 러시아의 「루시아석유」 보유주식을 매각한 자금을 당국에 축소보고하고 조성한 비자금인데, 치밀한 돈세탁을 거친 후 해외 유령회사를 통해 다시 한보계열사인 동아시아 가스주식회사의 경영권방어를 위한 주식매입에 사용됐다는 것이다.정씨가 스위스은행 계좌에 자금을 은닉한 것은 작년 11월로 한보부정대출사건이 터진지 채 1년도 안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놀라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한보사태가 나라에 끼친 해악은 다시 떠올리기조차 싫은 악몽이다. 기업의 연쇄도산, 은행부실, 대출부정과 관련된 사법처리와 이에 따른 정치적 소모전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사건들이 이어졌고, 결국은 한국경제에 대한 대외신인도를 하락시켜 작년 연말 환란(換亂)을 불러온 주요 원인중 하나가 됐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법으로 빼돌린 돈을 다시 경영권 방어에 사용했다는 것은 기업인의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팽개친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검찰은 이같은 비자금의 해외은닉행위가 한보부도이후 자금을 빼돌리기 위해 정태수총회장이 지시했는지 여부를 수사할 것이라고 한다. 정총회장에대한 그간의 수사결과 및 법정에서의 언동, 한보경영에 대한 영향력등을 볼 때 검찰의 의혹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이 사건을 보면서 기업이 변하지 않고는 우리나라가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점을 통감하면서 다시 한 번 기업구조조정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문어발식 확장, 투명성 없는 경영, 기업윤리의 상실등 도태돼야 할 기업문화의 잔재가 이 사건에 다 모여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위스 은행이 한국기업인의 비자금 은닉처로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주목할 일이다. 불법으로 조성된 재벌이나 권력의 비자금이 스위스은행 계좌로 흘러들어간다는 의혹은 그동안 수없이 제기되어 왔으나 확인된 바는 없었다. 이번 사건으로 그 실체가 처음 확인된 것이다.

재산이나 비자금을 해외로 은닉하는 것은 특히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검찰총장도 부실기업의 재산 해외은닉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한보 사건을 그 단속의 모범케이스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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