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꿰뚫는 질문 등 세심한 노력 돋보여일요일 밤 볼만한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KBS 2TV가 밤 11시15분 방송하는 시사토크 프로그램 「정범구의 세상읽기」(연출 예미란). 12일 「박상천법무부장관」편을 포함, 지난 달 21일 첫 방송후 지금까지 4편을 내보낸 이 프로그램에서는 한 주간의 시사핵심을 차분하게 전하려는, 공영방송다운 KBS의 노력과 품위가 묻어난다.
사회자 정범구씨는 12일프로그램에서 박상천 장관에게 쉴 새 없는 질문을 퍼부었다. 「사상전향제 폐지와 준법서약제 도입」 「사회지도층 사정의 폭과 처벌수위」 「8·15사면의 내용과 규모」 「8·15 통일대축전의 국가보안법 운용문제」 등. 하나하나가 장관의 답변 여하에 따라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더욱 돋보인 것은 이러한 「예상할 수 있는」 질문의 양보다는 정치학박사인 정씨의 구체적 질문내용과 사전준비. 정씨의 송곳질문에 박장관은 준법서약제의 도입배경을 솔직히 털어 놓았고, 양심수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딜레마를 밝혔고, 한총련은 여전히 대법원 판결에 의한 이적단체임을 분명히 못박았다. 제작진은 수감중인 노동자 시인 박노해씨의 부인 김진주씨와 청송보호감호소 출소자인 윤치고씨를 출연시켜 양심수문제와 수감자의 인권문제를 다각도로 부각시키기도 했다.
진지하고 사려깊은 소재가 오히려 따돌림받는 요즘 TV. 심야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선정성 소재에 집착하고, 심야 토크쇼는 연예인 말잔치로만 치닫고 있어 「정범구의 세상읽기」는 그만큼 눈에 띈다.<김관명 기자>김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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