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고지마치(麴町)에 있는 자민당 오노 기요코(小野淸子) 참의원 사무실.민주당의 오가와 도시오(小川敏夫), 공명당의 하마요쓰 도시코(浜四津敏子), 공산당의 이노우에 미요(井上美代) 후보 등의 당선이 일찌감치 확정돼 도쿄 선거구에서는 한 석만이 남아 있었다. 밤 11시 40분께 무소속의 나카무라 아쓰오(中村敦夫)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여기저기서 탄식이 새 나왔다.
지지자들은 『도쿄에는 마물(魔物)이 살고 있다』고 고개를 절레 절레 내저었다. 공명당 대표인 하마요쓰 후보나 공산당 이노우에 후보의 당선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러나 민주당 오가와 후보가 그렇게 많은 표를 얻고, 무소속 나카무라 후보가 오노 의원을 제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도쿄의 마지막 의석을 차지한 나카무라 후보는 『일본도 아주 못쓰게 된 나라는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대정당이 체면을 걸고 나선 도쿄 선거구에서 단신으로 나서는 것이 무모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날이 갈수록 커다란 파도를 느낄 수 있었다』는 소감도 덧붙였다.
「마물」과 「파도」라는 엇갈린 평가를 얻은 계층은 무당파층이다. 『자민당은 싫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 그러니 투표에 참가할 이유가 없다』는 이들은 최근 10년간 일본 정치를 좌우해 왔다. 89년 참의원 선거의 자민당 참패와 사회당 약진, 93년 총선의 자민당 과반수 미달, 95년 통일지방선거의 무당파 돌풍 등.
그러나 95년 참의원 선거 이래 이들은 침묵했고 그 덕분에 자민당은 96년 총선에서 중의원 단독 과반수를 확보했다. 그 이후 이들의 정치 무관심은 「조용히 있겠지」하는 자민당의 믿음과 기대를 심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전후 최악의 불경기는 이들을 움직였고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정권을 심판했다. 조직과 지연 등에 얽히지 않은 유권자야말로 진정한 심판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상식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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