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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정한근씨 ‘재산 해외은닉’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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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정한근씨 ‘재산 해외은닉’ 수법

입력
1998.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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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석유주식 매각대금 속여/4개國 5개銀 등 거쳐 돈세탁/외국인 투자형식으로 국내 재반입 ‘부도덕’ 전형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 총회장의 4남 한근(瀚根)씨가 회사돈을 빼돌려 해외에 은닉하다 돈세탁을 거쳐 외국인 투자 형식으로 국내에 반입한 사건은 부도덕한 기업주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회사 재산을 빼돌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기업주의 모습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검찰조사로 밝혀진 정한근씨의 회사재산 빼돌리기 수법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정총회장은 96년 2월 러시아 이르쿠츠크 천연가스 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300억원을 투자, 동아시아가스 회사를 설립했다. 이르쿠츠크가스전의 매장량이 6억톤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아시아가스 회사의 자산가치는 3배로 껑충 뛴다. 그러나 97년 1월 한보그룹의 부도사태로 그룹전체가 파산하면서 동아시가가스 회사 주식은 제일은행과 국세청에 압류된다.

정총회장이 구속된 뒤 그룹재기를 도모하던 한근씨는 동아시아가스 회사 지분을 매각해 국내로 들여와봐야 탈루세금 1,600억원과 부채를 갚고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판단, 이를 해외로 빼돌리기 위해 이번 사건을 총지휘했다.

한근씨는 먼저 이중계약서 작성으로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동아시아가스 회사의 루시아 석유 주식 소유분 가운데 900만주를 매각하면서 실제 매각대금이 5,790만달러인데도 러시아측 대리인으로 나온 미국의 르네상스 캐피털사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주고 2,500만달러에 매각했다는 허위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는 이렇게 마련한 2,680만달러를 스위스의 한 법률회사 명의로 비밀계좌 2곳에 일단 보관하다 이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은행으로 보낸 뒤 서울 시티은행으로 들여왔다. 4개국 5개 은행과 면세지역인 키프로스공화국의 유령회사 2곳 등을 거침으로써 철저한 국제 돈세탁을 거친 것이다.

한편 정총회장 역시 이 천연가스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5공시절부터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을 찾아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인만큼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으며 전전대통령은 당시 동자부장관과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총회장은 이르쿠츠크가스전 사업을 추진, 향후 대북사업을 주도함으로써 그룹의 재기를 노렸다는 것이 한보관계자의 전언이다.<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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