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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전’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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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전’ 31일까지

입력
1998.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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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연속에 내마음이 있었구나…”/민중미술 화가 강운 자연소재 사실주의서 이젠 심상이 있는 풍경으로/‘생명’ 중시 새방향 모색「민중」의 이름으로 활동했던 작가들에게 90년대 초반은 악몽이었다. 이데올로기가 무너지면서 그들의 내면은 더 빠르게 무너지는 것같았다. 무엇을 그릴 것인가. 민중미술의 막차를 탔던 젊은 작가들은 지금 상반된 두 길을 걷고 있다. 컴퓨터나 사진 등 광범위한 매체를 이용한 미디어아트, 아니면 순수회화.

강경구 강요배 민정기씨와 3월 갤러리사비나에서 전시를 가졌던 김재웅씨는 「자연과 환경」을 주제로 한 평면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제 그들의 리스트에 강운(姜雲·32)씨를 등재할 시점이 됐다.

성곡미술관이 젊은 작가를 발굴, 지원하는 「내일의 작가전」(31일까지, 02­737­7650) 다섯번째 작가로 선정된 강씨는 풍경으로, 그것도 심상이 담긴풍경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통일미술제, 동학기념전 등에는 단순히 자연을 소재로 한 사실주의적 그림을 내놓았지만 최근 작업은 자연을 심상의 표출방식으로 풀이한다.

90년 전남대 미대를 졸업한 그는 무엇을 그려야 하나 고민하다가 93년 땅끝 해남으로 갔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씻김굿의 본고장 진도에 가려다가 그냥 해남에 눌러 앉았다. 연탄불에 고구마를 구워 먹고 폐가에 살며 그림만 그렸다. 뱀에 물려 정신이 나간 동네청년이 작업실에 불을 질렀고 그는 재로 변한 2년간의 작업을 그 곳에 두고 다시 담양에서 2년, 광주에서 2년을 살다가 지난해 전남 화순군 동복면에 자리를 잡았다. 버려진 농협창고가 그의 작업실이다.

가끔 팔리는 그림으로는 재료값을 대기도 힘들다. 그는 자신을 「전업작가」가 아니라 「실업작가」라고 말한다.

최근 그는 작업실서 보이는 잡힐 듯한 구름만 줄곧 그려왔다. 그의 그림은 참으로 고즈넉하지만 얼핏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여유가 있는 이들은 그의 그림에서 환상을 찾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끝없는 현실부정을 본다. 그는 풍경을 그리지만 존재하지 않는 풍경을 그린다. 「밤으로부터」 「하늘 天 땅 地」 「하늘과 땅」으로 이어지는 작품에는 눈에 잡힌 풍경을 마음으로 녹여낸 특성이 잘 나타나고 있다. 정신없이 걸었던 밤길, 그 곳에서 본 한 그루의 소나무는 생명의 상징이었고 그 소나무는 그의 그림에서 아직도 기호처럼 살아 있다. 극사실주의 그림과는 다르게 붓의 움직임이 인간미를 보여주는 구름그림 연작 「순수형태­내재율」에도 자기만의 언어가 살아 있다. 평면회화에 대한 성찰이자 애정의 표현이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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