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 총회장의 4남 한근(瀚根·33)씨가 계열사인 동아시아가스(주) 간부들과 짜고 수천만달러의 회사자금을 해외로 빼돌려 스위스은행 비밀계좌에 은닉해오다 검찰에 적발됐다. 재벌기업의 스위스은행계좌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서울지검 외사부(강충식·姜忠植 부장검사)는 13일 해외 직접투자방식으로 취득한 러시아 석유회사 주식을 매각, 이중 3,270만달러(460억원 상당)를 스위스은행에 은닉해온 동아시아가스(주)(현 EAGC) 대표이사 전규정(田圭正·40), 기획부장 임종인(林鍾仁·33)씨 등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재산국외도피)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하고 부회장 한근씨를 지명수배했다.<관련기사 18면>관련기사>
검찰은 또 경영진 몰래 400만달러의 비자금을 별도로 조성, 해외은행에 예치한 상무 이필원(李弼元·55)씨를 외국환관리법위반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하고 부사장 김을수(金乙洙·45·해외체류중)씨의 귀국을 종용하는 한편, 국내에 반입된 회사자금 470억원을 압류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등은 지난해 11월 러시아 이르쿠츠크 천연가스전 개발사업을 추진중인 루시아 석유회사에 4,000여만달러를 투자해 취득한 주식 1,237만주 중 900만주를 러시아 시단코회사에 5,790만달러에 매각, 이중 2,520만달러만 국내에 신고한 뒤 3,270만달러를 해외로 빼돌려 스위스은행에 은닉해온 혐의다. 이들은 또 지난 5월 회사주식 전체가 국세청등에 압류되면 회사경영권이 상실될 것에 대비, 해외 은닉자금중 2,100만달러를 말레이시아 회사의 투자자금으로 위장해 국내에 들여온 뒤 동아시아가스(주) 주식을 50%이상 취득해 경영권을 방어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수사결과 이들은 회사설립이 자유롭고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키프러스공화국 등 자유무역지대에 유령회사를 설립, 돈세탁을 거친 뒤 국제투자인 것처럼 위장해 국내로 자금을 들여오는 수법을 써왔다. 동아시아가스(주)는 96년 2월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국내외 가스개발및 생산 공급 판매를 위해 3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6억톤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이르쿠츠크 가스전사업에 7.5%의 지분을 갖고 있다.<박정철 기자>박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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