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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우리소리’ 지킴이/국악음반 제작 은행원 정창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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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우리소리’ 지킴이/국악음반 제작 은행원 정창관씨

입력
1998.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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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費들여 명인들 음악 녹음/1집 ‘강순영 가야금’ 출반국악음반은 돈 되는 상품이 아니다. 구색 갖추기식으로 국악음반을 내던 음반사들도 IMF 이후로는 대부분 제작을 중단했다. 사정이 이러한데 국악애호가 정창관(46·홍콩상하이은행 수출입부 지배인)씨는 개인 돈으로 국악음반을 내기로 결심, 1집「강순영의 국악세계」를 냈다. 「정창관 국악녹음집 1」이라고 이름붙여 명예를 걸었다. 평범한 월급쟁이은행원이 여기 뛰어든 것은 사라져가는 소리를 보전해야겠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전통음악의 원형을 간직한 명인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돌아가시고 나면 그 분들의 음악도 영영 사라지고 말지요. 지금 녹음하지 않으면 안돼요. 이미 많이 늦었어요』

강순영(72·예명 강순금)은 안숙선명창의 이모로 경남 진주에 살고 있는 가야금의 명인. 산조 뿐 아니라 병창, 판소리, 춤에 두루 능하건만 지방에 묻혀 잘 알려지지 않았고 음반도 없었다. 이 음반은 신관용류 가야금산조, 가야금독주, 병창, 단가, 판소리를 고루 담아 그의 음악세계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리는 값진 기록이다.

정창관 국악녹음집은 이처럼 초야에 묻혔거나 상업성이 없다고 외면당해온 명인들의 음악을 담는 기획이다. 1,000장 한정판으로 찍어 일련번호를 붙이고 영업용이 아니라면 녹음해서 써도 좋다고 밝히고 있다.

정씨는 서양클래식 음악광이었다.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은 음반을 200장이나 갖고 있다. 87년 국악(판소리)이나 한 번 들어보자고 레코드점에 갔다가 수천장 음반 중에 국악음반이 거의 없는 데 충격을 받아 국악으로 귀향, 음반으로 국악을 연구하는 한국고음반연구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정씨는 조순애(72)명인의 구음과 남도소리로 2집 음반을 낼 돈까지는 마련했다. 3집, 4집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강순영의 국악세계」는 영풍문고 음반매장(02­399­5687), 국립국악원 음반매장(02­580­3160)에서 구할 수 있다.<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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