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의 골프신화에 온 나라가 들떠 있다. 「자랑스런 대한의 딸」이라며 치켜 세운다. 정부에선 훈장을 주겠다, 대전시는 박세리배 아마추어 골프대회를 열겠다, 출신고교는 박세리기념관을 만들겠다고 한다.골프를 좋아하면서도 사치성 스포츠라는 곱지 않은 시선에 부담을 느끼던 이들은 이 참에 골프 입국론, 대중화론을 외치고 있다. 골프꿈나무를 키워 국위 선양하고 달러도 벌자고 한다.
갑작스런 골프열풍은 좀 어리둥절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골프규탄론이 드높지 않았던가. 아무래도 상업주의와 비틀린 민족주의가 결합한 결과같다. 박세리가 돈방석에 앉았다, 후원사인 삼성은 떼돈을 벌게 됐다, TV중계에 빠진 방송사는 땅을 치고 후회한다더라 등 돈계산이 한창이다. 백화점들은 이미 박세리특수를 타고 골프용품 할인판매에 들어갔다. 『우리 애도 골프나 시켜 볼까』하는 흔한 농담에서는 골프로 한 몫 보려는 사행심의 냄새가 난다. 실제로 골프연습장에 꼬마손님이 늘고 청소년 골프용품 매출도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박세리의 우승을 돈으로 따지는 건 천박하다. 우승컵에 입맞춤하기까지 그가 흘렸을 땀과 눈물을 어떻게 계산할 수 있겠는가. 민족주의는 더군다나 가당찮다. US오픈의 박세리는 국가대표가 아닌 개인일 뿐이다. 그의 승리가 감동적이고 자랑스러운 것은 틀림없지만 나라의 경사로 여기는 것은 지나치다. 경기 중 재미동포들이 관례를 무시하고 태극기를 흔들며 요란스레 응원해 빈축을 샀다는 얘기는 듣기 민망하다.
누가 뭐래도 골프는 우리나라에서 비싼 스포츠다. 골프장 회원권은 보통 3,000만∼4,000만원 이상 1억5,000만원까지 간다. 골프장 1회 라운드 비용은 입장료·캐디피등을 합쳐 13만∼18만원선, 골프채는 최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이다. 골프장 만드느라 멀쩡한 산을 깎아 뭉개고 잔디밭 유지하느라 농약을 뿌려 파괴되는 환경은 돈으로 따질 수도 없다. 박세리열풍에 골프가 대중화할까 두렵다. 그 뜨거운 바람이 합리성을 삼키고 맹목을 퍼뜨릴 것을 생각하면 더욱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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