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질병통제센터의 7,000명과 비교안돼/효율적 방역위해선 독립기관 존재가 필수과천 정부종합청사내 보건복지부 4층 방역과. 10평 남짓한 이 방의 입구에는 매년 5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중앙방역 대책본부」라고 쓰인 큼직한 입간판이 설치된다. 방역과 직원들에게는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알리는 표시이기도 하다. 엘니뇨가 맹위를 떨친 올해에도 어김없이 「잔인한 계절」은 찾아왔다.
방역과 소속 직원은 예방의학 전문의 출신인 전병률(全柄律·38) 과장과 허영주(許榮株·36) 사무관을 비롯, 급성전염병 담당 4명, 결핵담당 2명, 나병· 검역소담당 2명, 에이즈·성병담당 2명, 기능직 여직원 1명등 총 13명. 7,000여명을 거느린 미국의 질병통제센터(CDC)와는 비교 조차 할 수 없는 미미한 규모이다. 우리가 슈퍼세균등의 공격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현실이다.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가면 직원들은 전국 13개 국립검역소와 일반 진료기관으로부터 전염병이나 식중독 발생현황을 날마다 보고받고, 하루에도 몇번씩 회의를 열어 방역대책을 강구한다. 하지만 현재의 인력과 방역시스템으로 「세균과의 전쟁」을 벌이기엔 역부족이다.
전과장은 『환자나 일선 진료기관의 「신고」를 기다리는 것만이 최선』이라며 『과중한 업무에 쫓기는 의사나, 자기질병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환자나, 모두들 신고를 귀찮아 하기 때문에 세균성질환의 조기발견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국립보건원, 의료관리연구원등이 한데 모여 있는 서울 은평구 녹번동 5일대 북한산 자락. 복지부 방역과가 중앙통제센터라면 이곳은 효과적인 대세균전 수행을 위해 과학적 수치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곳이다.
각종 세균성 질환과 미생물에 대한 검사와 실험은 정문 옆에 있는 지하1층 지상 6층짜리 실험동에서 이뤄진다. 국립보건원과 식약청의 실험파트가 공동사용하고 있는 이 건물에는 요즘 밤새도록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간단한 세균수검사에서 식중독균 검출시험에 이르기까지 하루에만 평균 600∼700건에 이르는 「테스트」와 씨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식약청 식품미생물과의 관계자는 『미생물 진단기기인 바이어로그, 특정세균을 검출하는 테크라, 분석기기인 PCR 등 세균검역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 역시 「전문 인력난」을 겪고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식품의 세균검역을 담당하는 식품미생물과에는 과장을 포함, 정규직이 6명에 불과하다. 한국과학재단의 협조로 매년 박사후 연구생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해외에서 발생한 신종세균의 국내유입등으로 새로 기획하고 발굴해야 할 업무분야는 늘어나고 있지만, 상부의 「지시업무」를 처리하는 데만 급급하다.
전문가들은 세균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미국 CDC처럼 물샐틈없는 감시망으로 신종세균과 전염병을 제어하는 독립기관의 존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변형섭 기자>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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