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에게 아침 일찍 전화를 걸어 13일에 총무회담이 열릴 지, 3당3역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있는 지를 물어 보았다. 그의 대답은 『총무회담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총무 세 사람이 만나서도 안 되는 얘기가 9명이 앉아서 되겠느냐』는 것이었다.불과 이틀전 여권의 양당협의회가 『제헌절전에 국회의장을 뽑아야한다』며 야당측에 대화를 제의했던 게 「입에 발린 소리」였음을 쉽게 알게 하는 답변이었다. 여권이 이미 내부적으로 제헌절 축사를 맡길 인물을 결정했다는 얘기까지 들리는 것을 보면 이런 평가는 결코 무리가 아닌 듯 싶다.
요즘 여야의 원구성 협상이 모두 이런 식이다. 여야는 국회를 하루빨리 정상화하고 싶어 애가 닳은 사람들처럼 갖가지 제안을 주고받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협상용이라기보다는 여론 비난에 대한 「면피용」이거나 상대 자극용이 대다수이다. 진정한 협상 의지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여권의 3당3역회담 제의가 「면피용」의 성격이 짙다면 한나라당이 최근 내놓은 의장 자유투표안은 상대자극용의 대표적 예라 할 만하다. 『수에 질려서 협상으로 의장직을 가져오려는데 「숫자로 겨뤄보자」는 안을 협상안인 것처럼 내놓고 압박하면 우리가 받을 수 있겠느냐』는게 여당의 항변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이를 제안한 뒤 당내 의장후보선출 등으로 기세를 이어가는가 싶더니 「안기부문서」공세를 이유로 슬그머니 꼬리를 내려버렸다. 심지어 한나라당 내에서는 여권이 자유투표를 받을 것같은 보도가 나오자 『여당이 정말 받으면 어떡하지』라며 고민했다는 웃지못할 얘기도 들린다.
이제 여야 모두 국민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시늉만 내는 대화로 국민을 실망시키기보다는 차라리 『재·보선 끝나고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선언하는게 국민에게 더 떳떳한 자세가 아닐까. 왜 뒤에서는 이렇게 얘기하면서 이를 굳이 감춘채 폼만 잡으려 고생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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