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화 현대화 한답시고 양악협연·어설픈 변형 판쳐/쇼탈피 ‘진지함’ 되찾기 시급「국악 쇼쇼쇼」. 국악은 감상용이 아니고 오락용이다? 요새 국악무대가 꼭 이런 느낌이다. 대중화·현대화라는 명분 아래 고전·정통이 밀려나고 어설픈 크로스오버나 가벼움이 득세하고 있다.
KBS 1 TV 「국악한마당」(매주 일요일 아침 9시). 지상파TV에서 하나뿐인 이 국악프로에는 국악다운 국악이 없다. 색소폰등의 재즈 밴드와 협연하거나 대중음악을 전통악기로 연주하고 옛 노래를 요새 입맛대로 가볍게 고쳐 부르는등 크로스오버가 대부분이다. 국악의 참맛, 깊은 멋을 담은 진지한 음악은 거의 없다. 국악을 비틀거나 우리 악기로 남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본래 일요일 밤 12시에 30분씩 내보내고 툭하면 빼먹던 것인데, 지난달 프로 개편때 일요일 아침으로 옮기고 시간도 두 배로 늘렸다. 전통문화를 배려한 의도는 좋았는데 내용이 문제다. 국악은 따분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려고 재미를 좇다보니 정체·국적 불명 대중음악 한마당이 됐다.
한 음악학자는 『한국 전통건축물이라며 63빌딩을 보여주는 격』이라며 『국악은 원래 저렇다고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까 두렵다』고 비판했다. 또 『대중화를 내세워 대중의 예술취향을 하향평준화하는 데 앞장서온 열린음악회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호가들은 『하나뿐인 국악프로가 꼭 이래야만 하느냐. 실망스럽다 못해 개탄스럽다』며 씁쓸한 표정이다.
쇼같은 국악무대는 TV 밖 극장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3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중앙국악관현악단의 정기연주회도 그랬다. 이날 발표된 젊은 작곡가 4명의 신작은 대체로 빠르고 가벼운 대중음악풍으로, 젊은이다운 진지함이나 참신함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공연방식은 더 문제였다. 밝았다 어두웠다를 반복하며 색색깔로 계속 바뀌는 조명, 무대 뒷면 달 뜨고 구름 흘러가는 영상스크린, 신나는 대목에서 벌떡 일어서 몸을 흔들며 하는 연주…. 중앙국악관현악단은 차라리 「경음악단」으로 이름을 바꾸라고 권하고 싶다.
옛것을 박제처럼 고수하는 것만이 전통을 지키는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대중화·현대화라는 구실로 국악을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엇이 옳은 방향인지 원점에서 다시 고민하는 반성이 요구된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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