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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비상/지구 환경변화로 인한 돌연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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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비상/지구 환경변화로 인한 돌연변이

입력
1998.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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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耐性으로 무장 세균의 ‘제2전성시대’/항생제를 먹는 슈퍼세균까지 나왔다세균이 인간정복을 노리고 있다. 공중위생의 개선과 항생제의 발달로 악화됐던 세균이 단단히 재무장하고 무차별 공격을 벌이고 있다. 돌연변이와 항생제 내성으로 세균들의 힘은 이전 보다 훨씬 막강해졌다. 현존하는 최강의 항생제로도 죽일 수 없는 슈퍼세균이 속출하고 있다. 1929년 최초의 항생물질인 페니실린 발견후 세균을 정복했다고 믿었던 인류가 다시 한번 거대한 「세균공습」에 직면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올들어 국내에 발생한 집단 식중독은 7월초 현재까지 35건, 2,219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환자수가 2배이상 늘어났다. 대구지역 한 초등학교에서 124명의 세균성 이질환자가 발생했고, 경기도 한 중학교에서는 339명이 포도상구균에 의한 집단 식중독증세를 나타냈다. 우리나라의 식중독 발생건수는 87년 548명에서 91년 814명, 94년 1,746명, 97년엔 2,942명으로 매년 급증세이다. 특히 올해는 엘니뇨 여파로 장마와 폭염이 예년보다 빨리 찾아오면서 식중독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가장 맹위를 떨치고 있는 세균은 살모넬라. 무려 2,300여종에 이르는 살모넬라는 고기나 날달걀을 통해 전염되며 발열 복통 설사를 일으킨다. 올들어 발생한 식중독 35건중 14건이 살모넬라균으로 인해 발생했다. 이 균의 70%는 어떤 항생물질도 듣지않을 정도로 내성이 강하다.

요즘에는 형태가 변이되거나 과거 흔치않았던 세균들이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O­157로 알려진 O­157:H7균. 의학 교과서에도 없던 O­157은 1982년 미국에서 처음 발견된뒤 캐나다 호주 일본 등 20여개국에서 집단 발병을 일으키며 악명을 떨쳤다. O­157균 출현은 항생제 남용에 따른 대장균의 변이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햄버거에서도 일부 검출돼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93년 인도 방글라데시에서는 이전에 확인할 수 없었던 새로운 항원을 가진 O­139 신종콜레라가 침입, 1,500여명이 감염됐다. 이 균은 환경적응력도 강해 94년 태국, 파키스탄으로 확산되는 등 현재 동남아 10여개국에서 발견되고 있다. 고려대 의대 박승철 교수(감염내과)는 『포도상구균의 경우 여름철엔 매 30분마다 새로운 세대가 출현할 정도로 빨리 모습을 바꾼다』고 말했다. 강력한 항생제로도 치유되지 않는 슈퍼세균도 잇따라 출현하고 있다. 현재 사용중인 가장 강력한 항생물질은 밴코마이신. 그러나 이 항생제에 조차 내성을 가진 세균이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밴코마이신 내성을 가진 장구균이 94년이후 10여건이나 의료계에 보고됐다. 과거 포도상구균은 메티실린이라는 항생제로 쉽게 치료됐으나 93년에는 무려 61%정도가 이 항생제에 내성을 보였다. 서울대병원 소아과 이환종 교수는 폐구균중 페니실린으로 치료가 안되는 내성균주가 89년 20%, 91년 47%, 93년 57%, 95년 89%로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강해져 아예 항생제를 양식으로 먹고사는 초강력 세균도 등장했다. 영국 세인트조지병원 미생물학부 아이언 엘트링행박사는 96년말 『오히려 항생제 복용을 중단하면 소멸하는 슈퍼세균이 출현했다』고 발표했다.

신종세균은 폭발적인 인구증가에 따른 빈곤층의 확대, 도시화현상에 따른 인구의 집단이주 심화, 항송·운송수단의 발달로 인한 세계 여행인구의 이동 급증 등 생활패턴이 변화하면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식품 가공·포장기술의 발달과 식품조달의 세계화 경향도 세균의 활동무대를 전세계로 넓히는데 일조하고 있다.

산업화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증가도 한 요인이다.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의 온도를 상승시키고, 지구 온난화 현상은 각종 세균을 불규칙하고 보다 적응력있게 변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원인은 항생제 오·남용. 가톨릭대 의대 강문원 교수(내과)는 『우리나라는 항생제 사용상 규제가 까다로운 외국과 달리 전문가 처방없이도 누구나 항생제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균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의사와 약사들의 항생제 사용을 제한하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인간과 세균과의 전쟁은 인류가 탄생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사실 페니실린이 개발되기 이전에는 독성이 강한 세균 앞에 인간은 일방적으로 백기를 들었었다. 이 시절 수술이 목숨을 건 결단이었던 이유도 수술상처에 포도상구균이 감염을 일으키면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니실린 등장후 최근까지는 인간의 지혜가 우세를 보이면서 세균공포로 부터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다.

인간은 자신들의 지혜의 산물인 항생제를 남용하고 공해를 일으킴으로써 또 다시 세균의 공격을 자초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21세기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적은 슈퍼세균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남대희 기자>

◎침 한방울에 수백만의 세균/70℃가 증식 한계온도

세균(박테리아)의 종류나 수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세균의 종은 지구상의 개미수만큼 많다는 설이 있을 정도.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침 한방울에는 수백만의 세균이 살고있고 흙 1g에는 수십억의 세균이 서식하고 있다고 하니 개체수도 헤아리기 어렵다.

세균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환경에 존재한다. 극지의 얼음에서부터 온천수, 산봉우리와 해저, 동식물등. 세균이 더이상 증식할 수 없는 한계온도는 섭씨 70도로 알려져 있으며 일부종류는 한계온도가 되면 포자가 돼 휴면상태로 열악한 환경을 이겨낸다.

세균은 대체로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세균이 없으면 생태계의 순환이 이루어질수 없다. 세균은 자연에서 생성된 대부분의 물질을 분해하는 먹이사슬의 중요한 한 고리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체의 방어체계를 뚫고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다. 이를 병원균이라 하는데 결핵균은 폐, 디프테리아는 목에 선택적으로 감염이 되고 연쇄상구균은 피부나 혈관, 뼈등 여러곳에 침투, 질병을 일으킨다. 장티푸스, 콜레라, 이질과 같은 균은 식품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된다. 여름철마다 주목받는 대장균은 인간등 포유류의 장에 서식하며 소화를 돕는 균. 그자체로는 유해균이 아니다. 하지만 대장균군이 오염지표로 사용되는 이유는 환경에 대한 강한 저항성 때문이다. 대장균군의 발견은 장티푸스나 식중독균인 살모넬라등 병원대장균의 존재를 의심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유익한 균도 얼마든지 있다. 방선균에서는 결핵약인 스트렙토마이신이 나왔고 낙농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유산균 덕분이다. 젖산 아세트산 클루콘산과 같은 유기산과 아미노산 아밀라아제 프로테아제등 효소제, 아세톤 비타민C등도 세균으로 만들어졌다.

인간이 질병의 원인으로 세균을 지목하기 시작한 것은 100년 남짓하다. 세균에 대한 연구는 현미경의 발명과 일치하는데 19세기 중반 프랑스 미생물학자인 루이 파스퇴르는 발효와 부패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공기중의 유기물, 즉 세균을 처음으로 지목, 소독법을 주창했다. 이시기에 와서 세균이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세균설이 의학이론으로 등장했지만 이때까지도 외과의사는 마스크나 수술모자없이 수술을 했다.

20세기초 푸른곰팡이에서 강한 항균작용을 하는 페니실린이 발견돼 제품화하면서 질병치료의 신기원을 이루었으며 이후 스트렙토마이신등 항생물질이 잇따라 발명됐다.<정진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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