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정침투 얼마됐다고… 軍 못믿겠다” 분노/야간통행제한으로 상가들 일찍 철시 ‘썰렁’/“곧 피서철 대목… 장사 어떡하나” 한숨도12일 강원 동해시 묵호동 해변에서 북한 무장간첩의 시체가 발견돼 동해안 경비에 허점이 노출되자 지역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은 『중무장한 간첩이 내륙에서 상당기간 활동하지 않았다고 누가 장담하겠느냐』며 『군의 경비태세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고 흥분했다. 동해일대 피서객들 가운데는 무장간첩의 시체가 발견되고 군경이 부근 해수욕장의 출입을 통제하자 일정을 단축하고 떠나는 사람도 많았다.
휴가철 관광객으로 술렁거리던 동해·강릉시의 중심가와 해수욕장 부근 상가는 야간통행제한이 시행된 이날밤 대부분 일찍 문을 닫아 썰렁한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동해안 방위는 군이 아닌 주민이 맡는다」는 말이 다시 입증됐다』며 『정부가 나서 해안방위 허점을 정밀 조사해 철통같은 해안방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해안 최북단인 강원 고성군의 한 주민은 『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이후 식구들이 번갈아 초등학생인 자녀들을 등하교시키고 밤에 큰 소리가 날 때마다 놀라 깨서 온 집을 둘러볼 정도로 불안한 생활을 해왔다』며 『다른 사람들이 위험한 지역이라고 말해도 대대로 살아온 고향이어서 떠나지 못했는데 이제는 내륙으로 이사해야겠다』고 허탈한 심정을 토로했다.
6월 잠수정 침투로 장기간 출어하지 못해 큰 손해를 입었던 강원 속초시의 한 어민은 『IMF이후 연료가격이 대폭 올라 고통을 겪고 있는데 6월 속초 잠수정 침투에 이어 이번 사건으로 또 고기잡이를 못하게 돼 여기저기서 조달한 조업자금을 갚기 어렵게 됐다』며 『국토방위의 기본 임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군은 마땅히 서민들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경포대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원학(57)씨는 『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로 단풍철 장사를 망쳐 생긴 손해를 아직도 복구하지 못하고 있는 판에 올해는 해수욕장 개장 사흘만에 다시 일이 터져 군의 허술한 경비가 야속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경포해수욕장에서 휴가를 보내던 서형석(31·서울 강서구 화곡동)씨는 『동해안이 또다시 무장간첩의 길목으로 확인되자 해변에서 휴가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며 『앞으로 동해안으로는 피서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원 강릉시의 한 시민은 『군이 나라를 지켜준다는 생각에서 동해 바닷가 대부분을 철조망으로 막아놓아도 참았고 자기 소유의 땅이나 건물에 대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도 감수해왔는데 연거푸 해안선이 뚫리고 보니 군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마저 사라졌다』면서 『국토방위를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원지역 실향민들은 6월 잠수정 침투에도 불구하고 남북간 평화정착을 위해 햇볕론을 견지한 우리 정부와 국민을 북한이 또 배신한데 대해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정부의 단호한 대북정책을 요구했다.
한편 강원도는 이번 사건으로 관광객이 줄고 송이채취 고랭지채소 등의 수확과 출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때와 비슷한 3,000여억원의 피해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동해=곽영승 기자>동해=곽영승>
◎수중 침투용 추진기란/잠수정등서 분리후 공작원 해안 상륙때 사용/3∼5명 동시탑승… 시속 2∼3㎞ 소음 거의없어
동해안에서 12일 발견된 북한의 침투용 수중추진기는 공작 모선이나 잠수정 및 잠수함에서 분리돼 공작원 등을 해안에 상륙시킬 때 사용하는 특수장비를 말한다.
통상 3∼5명이 동시에 이용하는 추진기는 길이 157㎝, 직경 33㎝ 크기의 원통형 배로 물속에 잠수한 채 시속 2.3∼3.3㎞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침투조들이 원통에 붙어있는 손잡이를 잡은 채 산소통을 사용하거나 빨대를 물위로 내놓은 채 물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쉽게 발견되지 않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 추진기의 재질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꼬리 부분에 배터리로 작동되는 소형 스크루가 달려 있으며 소음이 거의 없는 게 특징이다.
추진기는 특히 혼자서는 움직이지 않고 공작모선이나 잠수정, 잠수함 등에 실려와 해안가로부터 1.5∼2㎞ 가량 떨어진 곳에서 소규모 인원을 해안가에 침투시킬 때 사용된다.
한번 충전하면 보통 1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으며 1회 사용한 뒤 물속에 가라앉히기도 하지만 재충전해 사용할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 83년 다대포 간첩 침투때 이 장비를 사용하는 등 공작원 침투시 주로 추진기를 사용해온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정덕상 기자>정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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