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전염병, 자취를 감추었던 전염병, 늘 있던 세균들이 환경이 변하거나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 새롭고 독한 세균으로 변해서 인류를 위협하게 되었다.폐렴을 일으키는 폐렴구균은 인류역사상 가장 인명피해를 크게 입히는 세균이었다. 그러나 1940년 이후 페니실린이 특효약으로 쓰이기 시작한 이후 의사들은 폐렴을 크게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1977년 이후 남아프리카로 부터 페니실린으로는 치료가 안되는 폐렴구균이 알려진 이후 전세계 의료계는 또 다시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페니실린이 폐렴 특효약이라고 써왔던 교과서를 고쳐야하는 시대가 온것이다.
살을 갉아먹는 박테리아라고 알려진 포도구균은 항생제를 무력화 시키는데는 최고로 꼽리는 선수 박테리아다. 웬만한 항생제는 물론 최신, 최강의 항생제도 몇 달만 지나면 아무 소용이 없이 오직 한가지 항생제에만 굴복할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검출되는 폐렴균 중 페니실린에 안 듣는 균은 80%에 이른다. 불명예 스럽게도 세계 최고기록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폐렴이 걸리면 항생제를 고가로 여러 가지를 병합해서 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평소에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인과응보이다.
오늘날 우리는 결핵을 거의 잊고 산다. 물론 숫자도 줄고 치료기간도 9개월로 짧아졌다. 특효약의 경우 몇 알만 툭 털어 넣어면 환자가 회사 출근도 하고 학교도 다니도록 만든다.
그러나 결핵균은 영원하다는 것이 의외로 위생선진국인 미국에서 증명되었다. 에이즈 환자가 늘어나면서 결핵이 흔한 병으로 나타났으며 종래의 결핵 약으로는 치료가 안되는 다제 내성 난치결핵이 많아진 것이다. 결핵은 저개발 빈민국의 병이라고 생각하고 결핵 연구와 치료제 개발에 소홀했던 미국은 난치성 결핵으로 큰 곤욕을 겪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감기 몸살로 열이 많이 난다고 항생제를 투여 받은 환자가 열은 내렸으나 복통이 심하여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대장 내시경검사를 해보니 대장 여러 곳이 헐어있고 그 궤양부위에서 출혈이 관찰되었다. 이것은 전형적인 항생제관련 위막성 대장 질환이다. 항생제를 투약하면 보통 장내세균은 대부분 없어지고 크로스트리디움 디피실이라는 독한 세균만 살아 남는다. 이 세균은 평소에는 다른 세균등에 눌려지내다 다른 세균이 없어지면 크게 증식하여 장독소를 내고 대장벽을 헐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체로 큰 탈없이 설사가 멎는 것으로 끝이나나 경우에 따라서는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상과 같은 반갑지 않은 일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사람이 살고 종족을 번식해야 하는 것과 같이 세균도 생물인 이상 종족을 보존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항생제를 무력하게 만드는 무기를 끊임없이 본능적으로 개발해내는 것이다. 항생제 한가지를 개발해내는데 10년정도가 걸리나 오랜동안 애써 만든 새로운 항생제를 무력화시키는 세균이 10만이나 100만마리중의 하나일지라도 이 한마리가 살아남아서 몇배씩 늘어나는데는 몇시간이나 며칠이면 되는 것이다. 아직은 사람이 이기고 있다.
우리가 이기고 있을 때 갖고있는 무기들을 함부로 노출시켜 고철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항생제라는 무기를 아껴쓰고 원칙에 따라 잘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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