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6시부터 밤 12시까지 밥짓기·설거지·밭매기 등/고생 많지만 뿌듯한 체험지난 해 여름방학때 경기 여주군으로 3박4일 농활을 다녀왔던 김주연(17·한강전자공예고 2년)군은 그 때 한 고생을 1년 내내 입에 올렸다. 『땡볕에서 일하느라 얼굴은 시커멓게 타고 4일동안 된장찌개 한 가지로 밥을 먹으려니 살이 3㎏이나 빠지는 등 한 마디로 「지옥훈련」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난해 프로그램을 주관했던 서울 구로시민센터가 올해 농활참가자를 모집했을 때 그는 당장 지원서를 냈다. 고생스러웠던 만큼 값진 체험을 올해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때문이다.
8월 6∼9일 경기 여주군 흥천면 외사리로 떠나게 되는 농활 모집인원 120명 가운데 60% 이상이 지난해 참가자들이었다.
80년대 운동권 대학생들이 주로 참석했던 농촌봉사활동이 최근 중고생들의 극기훈련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흥사단 구로시민센터 단 두 군데에서 실시했던 농활프로그램을 올해는 서울청소년회관 보라매청소년회관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등 여러 청소년단체에서 마련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농촌과 농사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농협 각 지역본부가 실시하는 「농촌체험」프로그램의 일부와 한살림운동본부의 「여름생명학교」에는 모집인원보다 많은 지원자가 몰려 마감이 일찍 끝났다. 깔끔한 잠자리와 수영 래프팅등 다양한 오락이 제공되는 고가의 캠프가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고생캠프」인 농활프로그램이 이렇게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보다 땀흘려 일하는 체험을 통해 어려움을 이기는 마음가짐을 배우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중·고생의 경우 대학입시에 반영되는 봉사활동점수를 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대개 3박4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려면 각오가 좀 필요하다. 밥짓기와 설거지를 직접 해야 하며 오전 5∼6시에 기상, 밤 12시까지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좇아가려면 체력도 필요하다. 농사일도 적당히 흉내내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구로시민센터의 김송희간사는 『올해는 농작물가격 폭락으로 농사에 의욕을 잃은 농가가 많아 학생들이 폐를 끼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 시간엄수, 책임량 완수는 기본이다. 낮에는 밭매기, 감자캐기, 옥수수·고추따기 등 농사일을 하고 오후 2∼4시나 저녁식사 이후에는 환경보호에 대한 강의, 별자리학습, 주민들과 친목시간 등을 갖는 것으로 꾸며진다.
지난 해에도 학생을 지도했던 김씨는 『조금만 어려운 일이 있어도 쉽게 좌절하는 요새 청소년들이 깨닫는 게 많은 것 같았다. 시골에는 자판기도 빵집도 찾아보기 힘들고 개인샤워시설도 없어 욕구를 절제하고 절약하는 것을 억지로라도 배우게 된다』고 얘기한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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