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과 끈기의 협상력을 인정받아온 김원기(金元基) 제2기 노사정위원장의 마음이 급해졌다.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10일 조건부 노사정위 불참을 선언한 직후 열린 노사정위 본회의에서, 김위원장은 『노사정위의 역할에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는 일부 관료들이 있다』며 무엇보다 정부측에 섭섭한 감정을 털어놓았다. 노측에도 『사정은 잘 알지만 그런 방법을 택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김위원장은 지난 달 3일 노사정위 출범 이후, 정부와 노동계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김위원장은 『포괄적 목표를 설정했던 1기와 달리, 퇴출과 실업 등 구체적 현장에 대응해야 하는 2기 노사정위에서 진통이 극심한 것은 당연하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노측은 정부가 노사정위내에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 구조조정을 강행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정부는 5개 은행 퇴출 등 오랫동안 준비해온 개혁작업들을 재논의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각종 회의에서 정회사태가 속출했고, 원만한 협의를 기대하는 김위원장의 「말발」이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 계속됐다. 14,15일에는 금속·금융·공공부문의 파업이 예정됐다. 기다림에 익숙한 김위원장도 마음 편하게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김위원장은 『앞으로 경제 구조조정이 노사정위 틀내에서 실질적으로 협의될 수 있게끔 노사정위의 기능과 위상을 강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속도와 보안을 구조조정의 핵심으로 간주하는 정부측이, 노사정위에서 어느 정도의 보따리를 풀어놓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김위원장과 청와대의 핫라인이 가동되고 있다』고 귀띔했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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